현대차그룹, 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 대규모 투자방안 발표미래 투자 위한 재원 절실. 해외법인 본사 배당금도 활용양사 노조, 성과급으로만 4.5조 요구. '발목 잡는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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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최근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에 통보했다.양사 노조는 공통적으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정년 연장 ▲미래 고용안정 ▲중식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했다.또한 현대차 노조는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아 노조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주장했다. 양사 노조는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이에 대해 현대차, 기아는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특히 양사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만 수조원대에 이른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조9838억원,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조2331억원이다.만약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게 되면 현대차는 2조3950억원, 기아는 2조17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양사 합산으로 4조5650억원이다. 게다가 1인당 성과급 규모는 현대차 3294만원, 기아 6184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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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올해 4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 방안을 골자로 한 중장기 투자전략을 공개했다. 경기도 화성시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전기차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8년 동안 24조원을 투자해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51만대로 확대해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에 등극한다는 목표다.아울러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총 31종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기아는 최근 EV9을 출시했고 현대차는 내년 아이오닉7을 선보일 계획이다.양사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서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95조5000억원을 투자해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판매 187만대, 점유율 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또한 기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이어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을 도입한다.기아도 올해 4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7년까지 5년간 미래 사업 부문에 3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이를 통해 2027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15종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16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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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해외법인의 유보금을 적극 활용하기로 결정했다.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려 국내로 유입되는 59억 달러(약 8조원)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전체 배당금의 79%는 상반기 내 본사로 송금돼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에 집행될 예정이다. 나머지 21%도 올해 안으로 유입된다.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급변하는 미래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신사업, 신기술 창출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또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향후 추가 투자가 절실하다.또한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GBC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를 미루면서까지 전동화에 올인하고 있다.현대차그룹은 당초 GBC의 완공시점을 2022년에서 2026년, 현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투자를 위한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밀리면 끝’이라는 판단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노조에서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기주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