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출입 계속 시도한 가해자… 안전한 환경조성 '급선무'중증외상 발생 이후 '진료 불만' 폭행 원인으로의료계 "사법당국 엄격한 처벌 없다면 필수의료 못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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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병원 전공의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흉기로 위협을 받고 폭행을 당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범의료계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는 병원 출입을 시도하는 등 불안전한 의료환경이 지속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원광대병원 입원병실에서 환자 보호자인 A씨는 종이로 숨겼던 칼을 들고 B전공의를 향해 돌진했다. 이후 목덜미를 잡고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B전공의는 사건의 충격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며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폭행 가해자인 A씨는 적반하장 태도로 나왔다는 전언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병원을 출입하려고 시도했고 병원 측은 이를 방어할 인력을 붙여야만 했다. 

    의료기관은 환자 보호를 위해 안전한 환경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자체 대응으론 한계점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건 당시 B전공의를 포함해 의료진 5명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병원 출입 제한 등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은 '진료 불만'으로 좁혀진다. 

    해당 환자는 지난 2월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지상 50m 높이에서 추락해 경골과 대퇴골·골반 등 다발성 골절이 발생해 권역외상센터로 후송돼 지금까지 치료받고 있으며 급성기를 지나 아급성기로 전환된 상황이라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중증외상환자를 살려냈지만 환자 보호자였던 A씨는 수술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 치료가 길어진 것에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염증 부위에 대한 세척 및 변연절제술을 시행했는데 "허리가 꺾였다"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씨는 앞서 모 언론 매체에 의료사고를 주장했고 보도까지 이어졌다. 다리 수술 도중 거즈를 넣은 채 봉합했고 이후 다리가 괴사했다는 것인데 병원 측은 "사실관계가 전혀 다른 부분"이라며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요청과 함께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 사법당국의 엄중한 심판 요구하는 의료계… 이대로면 필수의료 못 살려

    범의료계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필수 및 응급의료의 전반적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의료진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임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과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병원은 없다.
     
    원광대병원이 소재한 전라북도의사회 차원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관계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광재 전북의사회 정책이사는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처벌수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엄중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 폭행 수사는 처벌 기준에 맞게 무관용 원칙에 근거한 엄격한 법 적용과 강력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면서 "의료인 보호 등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필수, 응급체계가 역행할 수 없다는 점을 정부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전날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가해자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헌신한 의료인들을 대상으로도 자신의 본성대로 난폭하게 전공의를 위협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와 그 보호자들에게도 공포를 조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사전에 사용할 흉기를 준비하였다면 이는 계획적인 범죄"라며 "칼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폭행을 저지른 만큼 가해자에 대해서 형법 제261조의 특수폭행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폭언, 협박, 위협, 폭행 등 각종 폭력행위가 근절돼야 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자격박탈 등 조치도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분 1초를 다투는 치열한 의료현장에서 폭행 및 방해 행위로 인해 의료 현장이 마비되면 중증환자의 생명은 더욱더 위태로워질 수 있으므로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더 엄중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故 임세원 교수가 안타깝게 사망한 이후 '임세원법'이 만들어졌지만 의료인에 대한 폭력사건은 경찰청 집계상 2017년 1527건 대비 2020년 2194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작년에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의료인 중 18%가 폭행, 83.5%가 폭언을 경험한 바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협의회는 "의료인에 대한 흉기 위협과 폭행 사건은 결국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 불을 지필 것"이라며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