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도체협회장, 난사IC포럼서 "중국제조 2025 달성 어렵다"한자릿수 불과 中 반도체 자급률… 美 규제 영향 10년간 제자리걸음삼성, SK 등 외국기업 의존도 높고 자급률 확대 난망… 中 내부서도 탄식
  •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생산공장 내부 전경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생산공장 내부 전경 ⓒSK하이닉스
    미중(美中) 관계 변화에도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오는 2025년까지 목표로 했던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외국 기업들의 효과였고 미국의 압박 속에서 자생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시인한 셈이라 주목된다.

    22일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웨이 샤오준(Wei Shaojun)칭화대 교수는 최근 열린 중국 난사 국제 IC산업 포럼(China Nansha International IC Industry Forum)에서 '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의 핵심 목표인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제조 2025는 지난 2015년 중국 정부가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10대 핵심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정보기술 분야와 우주항공, 바이오의약 등 미래 주요 산업에서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중국 정부의 중장기적 포부가 담겼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분야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자급률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IT산업이 발전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 수요도 급증했고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로 올라선지 오래지만 그에 비해 반도체 자급률이 낮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웨이 샤오준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지난 10년 간 상승했지만 중국 내에서 운영되는 외국 기업 효과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내에서 생산된 칩 점유율이 지난 2013년 13%에서 지난해 41.4%로 증가했지만 중국 칩 제조 발전에는 중대한 오해가 있다"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중국 내에서 운영되는 외국기업 덕이고 외부 지원에 지속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중국 측이 소유한 반도체 회사와 대만이나 한국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반도체 회사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투자자 소유 반도체 기업은 CAGR가 14.7%였지만 대만과 한국 기업들은 30% 수준으로 두배 이상이었다.

    이에 앞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도 중국의 반도체 자급 상황에 대해 비슷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은 바 잇다. IC인사이츠는 지난 2020년 중국이 자국 기업을 통해 생산한 반도체 비중이 5.9%에 불과해 중국제조 2025를 선언한지 5년이나 지난 시점임에도 자급률이 한자릿수에 머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후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이 대중(對中) 투자 규제와 장비 반입 금지 조치 등으로 압박에 수위를 높이고 있어 자급 상황을 개선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IC인사이츠도 이처럼 미국의 제재가 가로막는 상황에서 중국이 말한 2025년에도 반도체 자급률이 19.4%에 그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70% 이상의 자급률을 꿈꿨던 8년 전 중국의 야심이 실제와는 상당한 격차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막대한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속출하며 실익을 거두지 못했고 투자에 성공한 사례를 발굴하지 못해 사실상 정책 실패 수순을 밟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WSJ은 앞선 3년 간 중국에서 주도했던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가 최소 6개는 실패했다고 밝히면서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대부분 기업들이 단 한 개의 반도체도 만들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이 6개 프로젝트에만 쏟아부은 자금이 최소 23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발전해 주목할만한 중국 기업은 딱히 없다는 분위기다. 당초 중국이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우한 지역에 세운 우한훙신반도체(HSMC)가 TSMC 전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기술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중국 측에서 꾸준히 한국 반도체 기술과 인력을 빼가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만큼 관련 이슈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법과 제도망 정비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투자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