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5월 물가 8%↑, 파스타 14%↑… 소비자 "가격담합 조사해야"伊정부, 가격개입 안하기로… 韓 라면값 9~11%↑, 秋 "적정 인하" 압박인하소식 '아직'… 밀·팜유 등 비싸게 비축해놓은 업계 원가반영 '골치'
  • ▲ 대형마트 ⓒ연합뉴스
    ▲ 대형마트 ⓒ연합뉴스
    국제 밀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면(麵) 제품 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선 경제부총리가 직접 라면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파스타 가격을 두고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스타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유럽 파스타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기준 이탈리아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과 비교해 8% 상승한 가운데 같은 기간 파스타 가격은 1킬로그램(㎏)당 14% 올라 2배 가까이 뛰었다.

    이탈리아는 전 세계에서 파스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국민 1인당 매년 23㎏의 파스타를 소비한다.

    영국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파스타 가격이 1년 전보다 27.6%, 독일은 21.8% 각각 올랐다.

    FT는 "밀 가격이 내렸는데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파스타 가격이 높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탈리아의 소비자단체 '코다콘스'는 정부에 파스타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가격이 자연적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밀 가격 하락에 따라 라면가격 인하를 직접적으로 압박한 우리나라와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9, 10월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 지난해 라면가격이 많이 인상됐는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가격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10월 라면업계는 밀과 팜유가격이 급등했다며 가격을 일제히 9~11% 올렸다. 대형마트 판매가격 기준 농심 신라면은 개당 736원에서 820원으로, 오뚜기 진라면은 620원에서 716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가격이 인상되면서 라면업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농심의 올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6.9%, 영업이익은 85.8% 늘었다. 오뚜기도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10.7% 각각 증가했다.

    국제 밀 가격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빵이나 면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국제 소맥(HRW) 가격은 지난해 5월 톤(t)당 453달러(58만 원)였으나 이달 가격은 t당 95달러(38만 원)로 내렸다.

    라면업계는 정부의 압박에도 가격인하를 선뜻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밀이나 팜유 등을 이미 비싼 가격에 비축해놓은 업계 입장에서는 국제 밀 가격을 바로 원가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식품업체들은 고물가 상황에서 원부자잿값 인상을 이유로 거침없이 가격을 올렸다"며 "원재료 하락 요인이 발생한 지금 빠르게 소비자가에 적용해 소비자들이 이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