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인건비 등 공사비 폭증…사업성 흔들 7조 새만금풍력, 비리·예산부족에 '올스톱'영광낙월, 사업비 2000억 오르자 '출자철회'
  • ▲ 대우건설 사옥. ⓒ대우건설
    ▲ 대우건설 사옥. ⓒ대우건설
    탄소중립 기조아래 건설사들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가 '풍력'이다.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육상풍력에 이어 해상풍력 수요가 급속도로 늘면서 시장선점 경쟁도 보다 치열해 졌다.  

    상반기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낸 대우건설은 거점시장인 베트남을 시작으로 풍력사업 글로벌화를 추진중이다. 국내에선 강원 태백에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을 조성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다만 시장전망은 밝지만 않다. 자잿값·인건비 등 공사비 폭증 후폭풍이 풍력시장에도 불어닥치고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영월에코윈드 풍력발전'과 '굴업도 해상풍력발전' 등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풍력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작은 거점시장인 베트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최근 베트남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TTA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시장진출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TTA는 현지 인허가와 승인업무, 프로젝트 개발정보 등을 제공하며 대우건설은 향후 신재생에너지사업 타당성조사 지원과 자금조달, EPC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베트남이 풍력시장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한 이유는 천혜 자연환경 때문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3400㎞ 뻗어있어 해안선이 길고 연평균 8~9㎧ 바람이 불어 해상풍력에 최적화된 입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 정부도 풍력발전 생산량을 현재 200㎿에서 2030년 600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해상풍력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20년간 세금을 감면해주는 인센티브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이라크, 나이지리아와 함께 대우건설의 대표 거점시장중 하나다. 1996년부터 한국형 신도시 수출사업인 '베트남 스타레이크 신도시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전력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TTA와 함께 10억달러 규모 사업에 공동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현재 진행중인 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얻은 현지 건설사업 노하우와 국내에서 축적한 풍력, 태양광 등 에너지분야 시공경험을 결합해 거점시장내 수주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기업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영국계 해상풍력 전문개발회사인 코리오제너레이션과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외사업에서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우선 부산에서 개발중인 고정식 해상풍력사업에서 협력하고 이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주택시장을 덮친 공사비 인상 악재가 풍력시장으로 번지고 있어 사업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해외시장 전망도 안갯속이다.

    이미 국내에선 공사비 인상과 그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사업비 7조원 규모 새만금풍력사업은 각종 비리의혹에 예산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자재·장비·노무 관련 비용이 일제히 오르면서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새만금해상풍력산업지원센터 구축도 멈췄다.

    2조3000억원 규모 국내최대 해상풍력프로젝트인 '전남 영광낙월 해상풍력사업'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당초 올해 상반기 착공, 2024년 12월 준공이 목표였지만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비가 2000억원 가까이 뛰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관계기업들이 하나둘 철수했다. 하부구조물과 터빈, 설계관련 업체가 모두 철수하자 사업주체인 서부발전도 출자를 철회했다.

    풍력사업에 진출한 건설사들도 공사비 인상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 '전남 영광낙월 해상풍력사업'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금리와 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오르자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해당사업 특수목적법인(SPC)인 낙월블루하트는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최근 공사비 인상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시장변화를 주시하고 있는데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풍력사업은 자잿값과 인건비에 더해 물류비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데 공사 관련 모든 비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새만금이나 영광낙월처럼 공공이 참여한 사업조차 추진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신시장진출 리스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