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고 전년비 60.1%↓2조클럽 3개사→포스코 '유일'…선별수주 탓 대우건설·HDC현산, 마수걸이 수주조차 '아직' 현대ENG, 원가율 평균 상회…"일할수록 손해"
  •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사진=성재용 기자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정비사업 주체인 조합들도 적극적으로 시공사선정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시공사선정에 나서더라도 인건비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합측이 제시하는 공사비 수준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입찰에 보수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건설사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고가 전년대비 60%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2조원이상 수주한 기업은 3개사였지만 올해는 포스코이앤씨만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건설경기 침체에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쇼크 등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수주에 나선 까닭이 컸다.

    공사비 증액 이슈로 시공사와 조합간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수주전이 예전만큼 활기를 띠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연간실적이 지난해 반토막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10대건설사 정비사업 수주금액은 모두 7조9960억원으로 전년동기 20조520억원에서 60.1% 감소했다. 최근 2년간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1조원이상 수주하면서 '1조클럽' 진입소식을 잇달아 알렸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10대건설사 가운데 4곳만이 '1조클럽'에 들어섰다. 포스코이앤씨가 2조3144억원(7건)으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 1조5804억원(4건) △삼성물산 1조1463억원(2건) △GS건설 1조1156억원(3건)이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이앤씨 경우 리모델링 4곳, 재개발 2곳, 재건축 1곳을 수주하면서 '리모델링 1위' 건설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리모델링 수주액은 1조4013억원으로 전체 수주액 60.5%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9조원이 넘는 수주로 업계 최고실적을 갈아치웠던 현대건설은 올해 다소 보수적으로 신규수주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들어 서울 송파구 가락상아2차 리모델링과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을 수주하면서 1조원대 실적을 올렸다.

    GS건설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6구역 재개발 등 서울 및 수도권 위주로 수주해 조단위 실적을 달성했다.

    이어 △SK에코플랜트 7219억원(3건) △DL이앤씨 6423억원(3건) △현대엔지니어링 4687억원(1건) △롯데건설 1728억원(1건)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경우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경우 10대건설사 가운데 6곳이 1조원이상 수주고를 올렸다. 현대건설이 10개사업지를 확보하면서 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를 반기만에 달성했고 GS건설도 시공권을 3조원이상 따냈다. 롯데건설은 2조원이상 수주했으며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DL이앤씨도 '1조클럽'에 자리했다.

    주택사업이 호황이던 때 건설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수의계약이 이어지고 출혈경쟁을 피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데다 인건비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더 꼼꼼히 따져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1년 4월 128을 기록했다가 이듬해 145로 급격하게 오른 뒤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150.8을 기록한 데 이어 △2월 150.9 △3월 151 △4월 150.2 등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건설사 원가율에서도 자재가격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1분기 삼성물산을 제외한 10대건설 9개사 원가율은 92.0%로 전년동기 89.2%에 비해 2.78%p 악화했다. 매출이 31.4% 늘어났지만 원가율이 35.5% 악화하면서다.

    △현대엔지니어링 94.9% △포스코이앤씨 94.4% △현대건설 93.7% 등이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4.65%p)와 현대엔지니어링은(+3.23%p) 원가율 변동폭도 평균치를 웃돌았다. 원가율이 1년새 가장 많이 오른 곳은 DL이앤씨(89.5%, +4.97%p)다.

    특히나 수주과정에서 각축전을 벌이면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니 공격적인 수주보다 안정적인 형태 단독입찰, 수의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 10대건설사가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시공사선정 과정에 경쟁사가 없어 '무혈입성'한 것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수주전이 예상됐던 울산 중구 B-04구역은 양측이 공동수주로 방향을 틀면서 수주 경쟁이 무산되기도 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에 나서는 기조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경쟁은 줄이는 선별수주를 추구하고 있다"며 "과거 정비사업 추진초기보다 공사비용이 높아지면서 사업성이 낮아지는 곳도 더러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시공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시공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뿐만 아니라 조합과 공사비 분쟁 증가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2300여가구 규모 대단지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시공사업단으로부터 3.3㎡당 859만원이라는 공사비 안내공문을 받았다. 지난해 조합이 의결한 공사비 수준은 3.3㎡당 490만원 수준으로 1년새 75%가량 인상된 셈이다.

    조합측은 시공단 제시 금액보다 약 20%를 내려야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공단이 859만원안을 고수하면 '시공사교체'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서대문구내 또 다른 정비사업지인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도 건설사로부터 900만원에 달하는 공사비 인상 요청을 받았다. 시공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20년에는 공사비가 3.3㎡당 512만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 건설사가 687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했고 지난달에는 898만원으로 재차 인상을 요청했다. 2020년 대비 공사비가 75% 뛴 것이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도 시공단과 조합간 공사비 갈등이 여전하다. 공사비 검증을 맡은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중순 조합측에 검증결과를 통보했다. 증액공사비 1조1385억원중 1621억원을 검증해 377억원을 감액하라고 결정한 것. 그러나 부동산원이 검증한 공사비 비중은 14%에 불과해 나머지 9764억원을 둘러싼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조합과 공사비 문제를 놓고 다투게 되면 공기지연은 물론 사업진행 자체를 원활하게 할 수 없는 만큼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어 수주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ㅡ시각이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자재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공사원가만 챙기는 수준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또 지난 몇 년 동안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많이 했기 때문에 추가로 무리한 수주를 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수주전에서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경기 과천10단지 재건축사업 입찰을 포기했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은 두 차례 시공사선정 경쟁입찰에서 롯데건설만 단독입찰해 유찰됐고 서울 중구 신당9구역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하반기시장은 상반기보다는 회복될 전망이지만 예년만큼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물량 역시 전년대비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정비사업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다수 조합이 공사비 인상에 대해 공감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분쟁을 겪는 현장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시공사선정 해지현장이 증가하면서 물량이 늘어났으나 올해 정비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수치상 대폭 감소하는 기저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당장 지방현장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리모델링사업도 줄고 있어 10대건설사 올해 총 수주물량이 지난해보다 절반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