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이승정 제10대 회장 당선인 승인 불허8개월째 이 회장 체제 유지...자격 논란 불거져'투표권 재위임·정관 개정' 등 공정성 논란 확산
  • ▲ 이승정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KOCACA·코카카) 회장. ⓒ이종현 기자
    ▲ 이승정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KOCACA·코카카) 회장. ⓒ이종현 기자
    회장 선거 불공정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코카카·KOCACA)’가 8개월째 정부 승인도 받지 못한 회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신임 회장 당선인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문체부는 지금까지 제기된 선거 과정의 문제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신임 회장을 공식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현재 코카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 유관기관인 코카카는 전국 문화예술회관의 협력과 진흥을 위해 설립된 법정법인으로 회장은 문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취임할 수 있다.

    ◆이승정 10대 회장 당선인, 미승인 상태로 8개월째 재임

    13일 문화예술계 등에 따르면 코카카는 지난해 8월 30일 제10대 회장 선거를 실시해 이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코카카 회장직은 내부 정관에 따라 임기가 3년으로 1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코카카 9대 회장으로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 대해 내부에서 다양한 뒷말이 나오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회장에게 10표 차이로 낙선한 민경오 국립예술단체연합회 사무국장이 선거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민 국장은 선거 직후 단체 선거관리위원회와 문체부, 국민신문고 등에 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감사를 요청했다.

    민 국장은 감사요청서에서 투표권 재위임 등 선거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 임기 중에 개정된 정관이 연임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 국장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 위임을 받은 사람이 투표권을 한 차례 더 위임하는 재위임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투표권을 가진 문화예술회관 관계자가 도서산간지역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근무할 경우 규정에 따라 본인의 투표권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투표권자에게 위임이 가능한데 이번 선거에서 일부 투표권자가 위임받은 투표권을 또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재위임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회장 측이 회장 선거 한 달 전인 지난해 7월 회장 후보자 등록을 위해서는 23개 이상의 산하 문화예술회관의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는데 이 때문에 2명의 예비 후보가 등록을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 ▲ 이승정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KOCACA·코카카) 회장. ⓒ이종현 기자
    ▲ 이승정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KOCACA·코카카) 회장. ⓒ이종현 기자
    ◆문체부 "선거 과정 문제 있다…의혹 확인 전까지 회장 승인 불가"

    현재 코카카에 대한 사무감사를 벌이고 있는 문체부는 조만간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감사를 진행해 선거 규정 위반 사례가 10건이 발견됐다고 밝힌 상태다.

    문체부 관계자는 “재위임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된 만큼 투표권 인정 여부에 따라 후보자 당락 결과가 바뀔 소지가 있어 회장 승인을 불허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개정된 선거 규정이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은 이미 규정이 개정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 삼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코카카 측은 “재위임 투표권 인정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 등 조치 계획을 문체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재위임한 10건은 정관에 근거한 적법한 위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총회 결정은 코카카에 등록된 224개 문화예술회관의 투표를 통해 이뤄지지만 이사회 결정은 각 지회장과 주무부청 담당과장, 행정·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25명의 이사가 정하는 방식이다.

    ◆'수장 공백' 사태 장기화 속 회원사 탈퇴 러시 우려

    문화예술계는 224개 전국 문화예술회관을 대표하고 연간 사업비 400억 원 규모의 코카카가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상태가 지속될 경우 외부에서 바라보는 재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도 심각한 생채기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내홍이 깊어지면서 최근에는 가장 규모가 큰 세종문화회관이 코카카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코카카 설립 취지에 맞게 연합회로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단순히 정부 지원금을 배분하는 지원기관으로 변질됐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