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제분·사료·유업계 등 만나 가격인하·동결 요청서울시, 지하철·버스요금 인상 예고… 이미 올린 지자체도이창용 한은 총재 "공공요금 추가 인상시 조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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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관치 물가'라는 비판에도 라면에 이어 밀가루, 사료, 유제품까지 먹거리 물가 안정에 애쓰고 있지만, 교통요금이 '변수'로 떠올랐다.서울시는 지난 12일 올 하반기 지하철과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150~3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하철은 오는 10월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시내버스는 8월12일부터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인천, 대구, 광주시는 지하철 요금을 이달 1일부터 인상했다.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되, 인상 요인이 있다면 내년으로 이연해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애초 3.5%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3.3%로 낮춰 잡았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7월에는 소비자물가가 2.7%보다 낮은 수준이 되고 8~9월 성수기 때 계절적으로 (물가가) 오를 수는 있는데 그 뒤로는 안정적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2%대의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다.추 부총리가 물가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2%대를 기록한 데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가격을 시작으로 제과, 제빵업계도 줄줄이 제품가격을 인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6일 제분업계에 이어 지난 6일 사료제조업체, 7일 유업계까지 간담회를 하며 가격인하·동결을 요청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가 물가잡기에 적극 나서면서 내년 2%대 물가를 자신한 것이다.하지만 서울시의 교통요금을 인상안이 본격 시행되고, 현재 지하철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부산시마저 인상안을 확정하면 물가 안정 기조는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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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한국은행 총재도 이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했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올라서 연말에는 3% 내외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이 저희 전망이고, 내년에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다만 "지금까지 인상된 교통요금,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연초 물가상승률 예측에 어느 정도 반영됐었지만, 향후 추가로 오른다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교통요금에 더해 전기·가스요금이 추가로 인상된다면 한은이 지난 5월 전망한 물가 상승률 3.5%를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결국 공공요금이 물가 상승률 2%대 안착의 주요 변수가 됐다. 전기요금은 올 1월 킬로와트시(㎾h)당 13.1원, 지난 5월15일 ㎾h당 8원이 각각 인상됐다. 이에 따라 6월 전기·가스·수도요금 물가는 1년 전보다 25.9% 오르는 등 20%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정부는 무더위 등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은 3분기(7~9월) 전기요금은 동결했지만, 이미 한전의 누적 적자가 45조 원에 이르면서 요금 인상 압력은 여전해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