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 발간"제조업 중심 둔화… 수출·내수·경제심리·고용 등 위험 완화"美 인플레이션 둔화세… 연준, 9월 이후 금리인상 미지수한은 4연속 금리동결, 경기침체 고려… 금리인하는 '아직'
  • ▲ 부산항 ⓒ연합뉴스
    ▲ 부산항 ⓒ연합뉴스
    경기 둔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한 정부가 6개월 만에 하방위험이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등 우리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와 수출, 내수심리 개선 등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며 우리 경제가 'U'자형의 완만한 반등을 할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출 부진 일부 완화, 완만한 내수·경제심리 개선세, 견조한 고용 등으로 하방위험이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면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제약 우려가 교차하고 있고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 불확실성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월 처음으로 우리 경제 둔화를 언급한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경기 둔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에도 제조업 중심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이와 달리 물가는 상승세가 주춤하고,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하며 위험이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경제개발연구원(KDI)이 경제동향에서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6월 수출은 54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 감소했지만, 전달 수출이 -15.2%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줄었다. 에너지 수입도 줄어들면서 6월 무역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품목별로 살펴보면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선박이 1년 전보다 99%, 자동차 58%, 이차전지 16% 등이 늘었다. 다만 반도체는 -28%로 감소했지만, 전달(-36%)에 비하면 감소 폭이 줄어드는 등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다.

    5월 기준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3% 늘었다. 광공업 생산은 광업, 제조업 및 전기·가스업 등이 늘어 전달보다 3.2% 증가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보다 0.1% 하락했다.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6월 소비자동향지수(CSI) 지수는 전달보다 2.7포인트(p) 상승한 100.7를 나타냈다. CSI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5월 기준 전달보다 0.1p 올랐다.

    물가 상승세는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3%에서 지난달 2.7%로 축소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3.5%,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4.1%로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은 기준금리를 4연속 3.5%로 동결하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현재 한·미 금리 차이는 1.75%p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한은은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6월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고 경기 부진 상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각)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1%, 1년 전보다 0.1% 각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 대비 상승률은 2020년 8월 이후 최소 폭을 기록하는 등 시장 전망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1년 전보다 3% 상승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어 미국의 긴축 완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5~26일로 예정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계속되면서 9월에 예정된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유닛'은 7월 FOMC의 금리인상이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긴축이 멈춘다면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면 자본유출 등의 우려로 한은도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양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며 "연말 또는 언제라고 시기를 못 박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