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13일→18~19일로 연장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 미제시, 자율합의·시간보장勞 "공익 역할 방기"… 애초 "개입 말라" 주장 '자가당착'공익위원, 법정처리시한 넘겼지만 등판할 명분 얻어노·사 간 격차 835원… 접점 찾을지·1만원 넘을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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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밤이나 19일 새벽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돌파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 가운데 2008년 심의 이후 15년 만에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될지도 주목된다. 노·사 합의 대신 공익위원이 개입해 표결로 결정될 경우 노동계 하투(夏鬪)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간 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공익위원은 심의 막바지에 중재안을 제시했던 기존 관행과 달리 예외적으로 시간을 최대한 끌어서라도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기다린다는 태도다. 반면 근로자위원은 그간 공익위원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행보를 뒤집고 결정 지연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노동계의 이런 행동은 공익위원의 개입에 따른 결정을 하투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저임금이 노동계 요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상되고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경우 이를 정부의 '개입'으로 여기고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의 빌미로 삼으려는 수가 읽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익위원이 심의 기간을 최대한 끌어 '자율적 합의'를 유도하면서 공익위원을 넘어 정부를 겨냥하던 화살은 노·사에게 돌아간 상황이다.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3일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 양측의 5·6차 수정요구안을 연이어 논의했다. 노·사는 6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 620원(10.4% 인상)과 9785원(1.7% 인상)을 제시했다. 격차는 최초요구안의 2590원에서 835원으로 줄었다. 다만 접점을 찾기엔 간극이 넓다.관행대로라면 최임위는 이날 밤 혹은 차수를 넘겨 다음 날 새벽까지 논의를 이어가다가 결론을 냈어야 했다. 7월 중순까진 논의를 마쳐야 이의제기 등 남은 행정절차를 거쳐 8월 5일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할 수 있어서다.통상 공익위원은 노·사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경우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그 범위 내에서 양측의 수정안을 받는다. 때론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놓기도 한다.올해 최임위에서 공익위원은 예외적인 행보를 보인다.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지 않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길 기다리겠단 태도다. 이들은 8월 5일이 토요일이라 고시가 어렵자 7일까지 며칠 더 번 시간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데드라인은 애초 13일에서 18~19일로 늦춰진 상태다.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노·사가 의견을 좁히고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위원장으로서 그 결과를 끈기 있게 기다리겠다"고 발언했다.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 역시 "(노·사의 자율적 합의가) 어려운 경우, 제도가 허락하는 시한까지 회의를 연장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근로자위원은 즉각 반발했다. 13일 회의는 오후 3시에 시작해 11시쯤 마무리됐는데, 파장 직전 회의장에서는 근로자위원의 고성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관행대로 차수를 변경해 결론 내지 않고 추가 회의를 또 여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 등은 이에 대응하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
근로자위원은 공익위원이 추가 합의 시간을 보장한 것을 두고 '알리바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을 최대한 연장하면서까지 노·사 합의를 기다렸으나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공익위원이 개입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3차 회의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차기 회의에선 차수를 바꿔 진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던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음 주까지 논의를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밑밥을 뿌리더니, 결국 근로자위원의 거센 항의에도 묵묵부답인 채 황급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며 "공익위원은 노·사의 수정안만을 요구하며 본인들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노동계의 이런 주장은 그동안 회의에서 보여왔던 입장과는 정반대란 점에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줄곧 공익위원이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 4일 열린 10차 회의에서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정부의 입김에 충실한 공익위원들이 안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이든, 수준에 대한 (중재)안이든, 그 어떤 안도 제시해선 안된다"고 말했었다. 노동계는 매 회의마다 공익위원을 향해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목청을 높여왔다.공익위원이 노동계 요구대로 개입 없이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이룰 수 있게 심의 기간을 최대한 보장해주자 노동계가 돌연 태도를 바꾼 셈이다.일각에서는 지난 13일 밤 혹은 14일 새벽에 공익위원의 중재로 최저임금이 결정 났다면 노동계가 이를 대대적인 하투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의 '정부 개입' 비판은 지난 5월 1차 회의 때부터 불이 붙었었다. 이들은 공익위원인 권 간사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앞장서는 인물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정부가 부당하게 김준영 근로자위원을 해촉했다며 회의장에서 중도 퇴장하는 등 날선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전원회의에서 관행대로 공익위원이 개입해 최저임금이 노동계 주장보다 낮게 인상됐다면 이는 대정부 투쟁의 도화선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13차 회의에서 류기섭 한국노동자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만약 낮은 수준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면, 이는 사실상 정부가 개입한 일련의 최저임금 공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었다.이에 공익위원이 예상을 깨고 심의 기간을 더 연장한 것은 이를 막기 위한 '한 수'를 놓은 것이란 해석이다. 그동안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 법정처리시한 준수 의지를 밝히며 이를 지켜왔다.공익위원이 노·사 간 자율적 합의의 시간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노동계는 공익위원에 대한 공격의 명분을 잃게 됐다. 최대한 시한을 연장했는 데도 결론을 내지 못한 탓에 공익위원이 불가피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멋대로 개입했다며 비판할 꼬투리를 잡을 수 없을뿐더러 역대 최장 심의 기간 보장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단 비판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이제 관건은 18일 열릴 마지막 14차 회의에서 노·사가 합의에 성공할 지 여부다. 이날 노·사는 7차 수정안을 제시하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계속 접점을 찾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최대 관심사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상징적인' 1만 원선을 넘느냐다. 인상률이 3.95%를 기록할 경우 최저임금은 사상 처음 1만 원대에 진입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사 합의로 결정하지 못한 채 1만 원을 밑돌 경우 노·정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가뜩이나 대정부투쟁의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최근엔 정부의 실업급여 개혁을 두고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당정은 실업급여가 근로자의 월 소득보다 높은 점 등의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고, 노동계와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노·정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중대 기로를 맞았다는 견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