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 유증 700억 수혈만년 적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7.36% 1천억 대출사업 전망 따른 서로 다른 '투트랙' 전략 눈길
  • ▲ 카카오ⓒ카카오
    ▲ 카카오ⓒ카카오
    카카오의 자회사 자금수혈대책에 온도차가 감지된다. 전망이 밝은 자회사엔 가치 투자를, 전망이 어두운 단기 대출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눈에 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3일 두 자회사에 총 1700억원의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인공지능(AI)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엔 ‘유상증자’라는 유리한 방식으로 700억을 지원하지만, 클라우드 등 B2B 사업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엔 ‘단기차입’이라는 다소 불리한 방식으로 1000억원을 지원한다. 

    유상증자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다. 유상증자는 대출이나 채권과 달리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없어 자금을 조달받는 쪽인 카카오브레인에 유리하다. 이는 반대로 모회사 카카오가 단기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카카오브레인의 가치에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이 7월·10월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할 신주 총 70만주를 700억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신주를 전부 매입해 카카오브레인에 대한 지분 100%를 유지하게 된다. 핵심 자회사인 만큼 외부자금에 지분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 해당 자금은 지난해 영업손실 301억원을 기록한 카카오브레인이 초거대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탄’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는 카카오가 지난 13일 연 7.36% 금리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제공하기로 한 1000억원 ‘단기차입’과 대조된다. 두 자회사가 똑같이 적자를 보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브레인엔 상환 의무가 없는 유상증자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엔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단기차입’을 채택한 것.

    카카오의 이러한 선택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지만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는 네이버·KT·NHN, 민간 클라우드 시장엔 아마존·구글이 버티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시중 금리보다 높은 7.36%에 모회사로부터 단기차입금을 받은 데는 외부자금 수혈이 여의치 않은 점이 작용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1406억원을 기록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미 한국산업은행 및 타 은행으로부터 투자 및 차입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모회사인 카카오에 손을 벌린 것. 하지만 카카오 본사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12월 1조2488억원에서 지난 3월 9341억원으로 감소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대한 지원이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상태다. 

    이번 차입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카카오에 1년 뒤 지급해야 하는 이자액은 73억6000만원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브레인에 대한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자금을 대여하지 않은 이유는 ‘채무 관계’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