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협회 "중국 추가 수출 제재, 경쟁력 약화"中 2분기 경제성장률 6.3% 부진…세계 경제도 '암울'추경호, 中재정장관 만나 "상호 밀접한 파트너" 강조
  • ▲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극한으로 치닫던 미·중 패권경쟁으로 숨죽이고 있던 기업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등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하던 세계 경제도, 예상보다 저조한 중국 경제 성적표에 중국의 필요성을 절감,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을 배척하던 분위기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17일 미국이 추가적인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자제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SIA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고,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반복적 조치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에 밉보일까 숨죽이던 반도체 기업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기업인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 우리나라와 대만 반도체 기업이 회원사로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성명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SIA가 공개적으로 성명을 내며 미국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AI)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것에 더해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가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반도체 업계 뿐만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7일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3%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수출, 소비, 투자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물론 6월 기준 청년 실업률까지 2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경제 반등을 노렸던 전 세계 국가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18일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은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의 주요 수입국이다. 세계 경제에 중요하다"며 "우리는 중국의 성장이 둔화할 때 많은 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경제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선진국들의 긴축 정책으로 인한 소비 감소가 중국의 수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긴장 상황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지금의 냉전 분위기를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 ▲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 간디나가르를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마하트마 만디르 컨벤션센터(MMCC)에서 류 쿤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 간디나가르를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마하트마 만디르 컨벤션센터(MMCC)에서 류 쿤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옐런 장관에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에 대해 우리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고, 류 쿤 중국 재정부장(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양국이 상호 중요하고 밀접한 파트너다. 앞으로도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경제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은 버릴 수 없는 중요한 교역대상국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세계 경제 회복이 주요 논의 과제로 다뤄졌다.

    G20 회원국들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물가 안정이 최우선 정책과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공급망 불안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이 같은 목소리가 미국의 대중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지는 미지수다. 옐런 장관은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기둔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미국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미국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