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 결렬되자 파업경고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영업점폐쇄시 노사합의 요구그게 파업 명분?… 내부 반응도 싸늘
  • ▲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노사간 제5차 산별중앙교섭이 결렬돼 중노위 조정이 진행 중이다. ⓒ금융노조
    ▲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노사간 제5차 산별중앙교섭이 결렬돼 중노위 조정이 진행 중이다. ⓒ금융노조
     "금융노조 역사상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첫 파업을 보게 될 것이다"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이 내놓은 경고 메시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 17일 은행회관 14층에서 제5차 산별중앙교섭을 개최했으나 서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임금교섭이 결렬됐다. 

    지난 4월 12일 노사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수십차례 교섭을 진행해온지 3개월 만이다. 

    바로 다음날 금융노조는 중앙노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으며, 향후 조정이 결렬될 경우 파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산하에는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 10만여명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노조가 내세운 파업 명분은 이내 싸늘한 반응을 맞고 있다.

    지난해 4대 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국세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연봉 4024만원(2021년 기준)의 2.78배에 달한다. 

    애초 정규직 3.5%와 저임금직군 7.0% 인상을 내세웠던 노조는 사용자측은 물론 여론 마저 호의적이지 않자 느닷없이 사회공헌 등을 들고 나왔다.

    ▲사회공헌 기금 조성을 위한 노사 각각 총액임금의 1.2% 출연(1180억원 규모) ▲점포 폐지 시 노사 합의 △노조의 이사회 참관제, 노조이사 추천권, 임원추천위원회에 노조 추천 이사 포함 등 경영참여 권리 강화 ▲장시간 노동 방지 및 근무시간 조정(주4.5일제 도입) 등 14개 항목이 주요 골자다.

    ‘노사 공동 사회공헌활동 3개 사업(전태일의료센터 건립 기금 지원, 금융권 도급 콜센터 심리 상담 지원, 고령자 대상 영업점 시니어 서포터즈 채용·배치 사업)’도 핵심사안으로 삼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은행원 고임금 수준’, ‘은행 경영환경 리스크 부담’ 등을 이유로 임금인상률 ‘1.5%’를 수정 제시했다. 사회공헌활동 재원 출연 요구와 주4.5일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애초 단체협상도 아닌 임금협상에서 각종 사회공헌과 경영참여 등을 들고 나온 것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금융노조의 무리수는 선례가 있다.

    지난해 9월엔 임금 인상과 영업점 폐쇄 중단,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강행했다. 당시 주요 시중은행의 파업참여율은 한자릿수에 그치는 등 저조했다.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의 총파업이었지만 노조 내부는 물론 여론으로부터 모두 외면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갈수록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라며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를 넘어 강압적 사회공헌 요구까지 내세우는 것은 호응을 얻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측은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성과급 논란 등 여론이 부정적인데다 사회공헌 요구도 거세지는 점을 고려해 사용자측에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