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위기상황' 감안 사실상 당국 '권고'KB 1조 3000억 선제 적립… 타은행 뒤따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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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부실을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이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당국은 충당금 산정 시 필요한 '부도율(Probability of Default, PD)'과 관련해, 기존 은행들이 사용하던 '경험 PD' 이외에 '이례적 위기 상황'까지 감안한 '대표 PD'도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대표 PD'를 적용할 경우 은행들은 충당금을 기존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더 쌓을 수 있다.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맞춰 은행권이 충당금을 더 쌓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풀이된다.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대손충당금 관련 개정 지침을 이달 초 회원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은행 실무자들은 지난 4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해 왔다.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 충당금 적립의 기반이 되는 '예상손실' 계산식에 포함된 PD의 활용 방식 변경이다.지금까지 은행들은 과거 7~10년간 대출의 부도율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책정한 '경험 PD'를 활용해 왔는데, 이제는 과거 20년 동안 대출에서 발생한 부도율인 '대표 PD'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대표 PD는 은행들이 BIS비율 산정 시 활용하는 '규제목적 PD'에 연동되는 지표로, 그 성격상 보수적으로 산출된다. 즉, 경험 PD보다 수치가 2배 가까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용 중인 경험 PD는 저금리 시대 부도율이 주로 반영됐고, 코로나 시기 금융지원 조치도 있었기 때문에 고금리인 현 상황과는 맞지 않다"며 "당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은행권과 함께 제도 개편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러한 대표 PD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활용 여부는 원칙적으로 은행의 자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영 가능한 시점은 이번 2분기부터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표 PD를 금융당국이 허용하는 '최소 수치'로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들의 충당금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실제로 지난 25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는 충당금(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무려 1조 3195억원 적립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8439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27일과 28일 차례로 실적 발표를 앞둔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타 금융지주사들도 충당금 적립을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 KB금융 내부 관계자는 "이번 상반기 충당금 적립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전년 대비 대폭 늘린 것"이라며 "당국의 충당금 개편 지침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