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중심 자동차세 개선방안 국민참여토론 개최90년대 과세표준 30년간 유지, 조세 역진성 비판배기량 큰 차 불리, 친환경차 형평성 문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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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부과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새로운 조세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과 연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1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1일까지 배기량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재산 기준 개선방안을 국민참여 토론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국내 자동차세는 1991년 배기량 기준으로 세율이 책정된 이후 30년 이상 과세표준을 배기량에 두고 있다.현행 제도상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고 부과한다. 승용차 기준으로 1000cc 이하 배기량의 경차는 cc당 80원에서 1600cc이하는 140원, 1600cc 초과 차량에는 200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2012년 한미 FTA를 체결하면서 합의사항에 따라 승용차에 대한 자동차세 세율구간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했다.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없기 때문에 10만원으로 고정돼있다. 여기에 30%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포함돼 총 13만원이 부과된다.이는 차량가액이 낮은 대배기량 차종 보유자에게 불합리한 제도다. 2000cc급의 수입차나 전기차 또는 수입차를 보유한 고소득자가 4000cc급의 낡은 차량을 소유한 저소득자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조세 기준이 고가차량 소유자의 세금을 오히려 낮춰주는 조세역진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과세기준이 대형차에 유리하게 변경돼 환경부담금으로서 성격이 사라졌다는 점도 개편이 필요한 근거로 꼽힌다.친환경차에 대한 자동차세 부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수소차 등은 배기량 기준 과세표준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다. 전기차는 친환경성이 우수한 만큼 환경 부문의 세액만 감면하고, 재산 개념은 가격과 연동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온다.이에 차량가액과 운행거리에 따른 자동차세 개편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토론 제안자는 “자동차세 취지를 재산 가치와 환경오염, 도로 사용 등을 감안한 세금으로 이해한다면 차량 가격과 운행 거리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자동차세 개편논의를 환영하면서 가격과 연비, 전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터보 엔진으로 배기량은 작아도 출력이 강한 수입차가 많아지면서 차량 가격이 몇 배가 차이나는데도 국산차와 똑같이, 혹은 더 적게 세금을 내는 사례도 많아 불합리한 제도”라며 “배기량보다도 자동차 가격, 연비와 배출가스 등 여러 가지 부분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현실적으로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자동차세 개편은 조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김 교수는 “가격이 높은 차일수록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에 세수에 불이익이 되기보다 오히려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전기차는 이미 보조금을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중 혜택을 줘서는 안되며, 이 부분을 분리시켜서 합리화 시키는 부분이 세금을 매길 때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전기차에 대해서는 전비를 차등 조건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에 대해서는 전비를 활용한 과세 차등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국내 생산 차량도 배기량이 커진 만큼 조세 형평에 있어서 새로운 변수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업계에서는 자동차세 개편 논의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해묵은 주제지만 세수 감소 문제와 FTA(자유무역협정) 위반여부 등으로 인해 쉽게 바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수입차 업체들이 FTA에 명시된 내국민대우 차별금지 위반을 들어 반발할 가능성도 있어서다.업계 관계자는 “30년 이상 된 배기량에 따른 과세는 현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사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만큼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내놓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