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 김창기 "세입예산 조달 최선"상반기 40兆 세수펑크에 내놓은 대책이 성실신고·납부 모니터링102.5兆 체납액 정리도 '글쎄'… 15%쯤인 15.6兆만 징수 가능기존대책 재탕·전시행정 지적… 마른 수건 쥐어짜기 동정론도
  • ▲ 김창기 국세청장이 10일 '2023년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세청
    ▲ 김창기 국세청장이 10일 '2023년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세청
    올 상반기 40조 원에 가까운 세수펑크가 발생하면서 세입기관인 국세청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뾰족한 세수 확보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주요 세목 신고·납부상황을 살피고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홈택스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대응이 '마른 수건 쥐어짜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세청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하반기 국세행정방안을 논의, 발표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 자리에서 "세수 추이를 철저히 점검하는 등 세입예산 조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올 하반기 세입여건이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자산시장의 높은 변동성, 국제 원자재가격 불확실성,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신고·납부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세수상황과 변수 등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기획재정부가 운영 중인 세수재추계위원회에 현장의 의견을 적극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올해 사상 최대의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세청이 내놓은 대책이 사실상 모니터링 강화와 현장의견 전달뿐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세청이 내놓은 방안이 매년 나오는 자료를 재탕해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상 최대의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놓은 대책치고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적잖다.

    이에 국세청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맞춤형 메뉴를 추천하는 '지능형 홈택스'를 구축하고, 배달라이더 등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신고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성실납세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며 모범납세자 제도를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과 윤태식 관세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체납세액 관리 관계기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과 윤태식 관세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체납세액 관리 관계기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체납액 징수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변칙적인 부동산 단기 양도 등에 대해 기획 분석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세무조사로 치면 기획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체납세액 관리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국세청과 관세청에 체납액 정리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세청 소관 체납세액 규모는 102조5000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중 정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정리 중 체납액'은 15%쯤인 15조6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사실상 징수가 어려운 체납액이다.

    국세청도 이런 지적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이날 국세행정방안 브리핑에서 "국세청은 하반기 남은 법인세,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에 대해서 미리채움·모두채움 등 신고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며 "체납정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런 노력이 실제로 세수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법인세를 예로 들면 글로벌 경기둔화로 기업 실적이 부진해 세수가 쪼그라든 것을 단순히 전자신고의 편의성을 높이고 성실신고를 강조한다고 해서 갑자기 신고세액이 늘어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세청의 태생적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획·정책부서가 아닌 집행부서 특성상 주어진 여건에서 징수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국세청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정작 논란이 되는 것은 국세청의 안일한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행정이 특별히 독려한다고 해서 세금이 팍팍 걷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국세청은 소득적출률(소득탈루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단순)모니터링이나 세수추계는 새로운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국세청이 서민을 돕고 영세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매출액 일정 수준 이하는 세무조사를 유예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다"며 "그러기보다 소득을 양성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현금영수증 등 소득 양성화를 위한 제도들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현장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