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조치 이달 말 종료… 4차례 일몰·연장 반복상반기 세수 부족 40조원 육박… 車개소세 인하 종료 배경국제유가 상승세에 밥상물가 불안… 물가 다시 3%대 전망조만간 발표할 세수재추계 '관건'… 반도체 회복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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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두고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올해 상반기 40조 원쯤 펑크난 세수를 생각한다면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인 데다 태풍 등으로 말미암아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연장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유류세 인하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던 때인 지난 2021년 11월부터 시작돼 총 4차례 일몰과 연장을 거듭하면서 유지돼왔다. 처음에는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대해 각각 20%의 유류세를 인하했고 지난해 유가가 폭등하면서 인하율을 확대했다. 현재는 휘발유 25%, 경유와 LPG부탄은 37%를 각각 인하해준다.정부는 올 4월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했고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애초 정부 안팎에서는 유류가격이 안정되면서 소비자물가 부담이 많이 줄어든 데다 세수부족까지 겹치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지난 6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국산차에 경감세율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6월에 개소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다면 국민 입장에선 경감세율 도입에 따른 세 부담 완화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런 이유로 정부가 개소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부는 개소세 인하 조치를 그래도 종료했다. 예상 밖의 결정에 정부가 세수부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세수부족 상황은 심각하다. 과거 대규모 세수결손을 기록했던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8조5000억 원과 10조9000억 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감액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방법으로 사태에 대응했지만, 대규모 결손을 피할 수 없었다.하지만 올해 상반기 세수는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이 부족하다. 10년 전인 2013~2014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 규모가 크다.정부로선 이런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걷힌 유류세수는 5조3000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7000억 원이 부족하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재연장한다면 연간 1조4000억 원쯤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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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만 생각한다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승하는 유류가격을 고려하면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과 7월 국제 에너지가격 하락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유류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과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717.67원이었다. 휘발유 가격이 17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9월27일 1705.43원을 기록한 이후 10개월여 만에 처음이다.설상가상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말미암아 먹거리 물가마저 불안한 상태여서 기저효과가 빠지는 이달부터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오를 전망이다. 하반기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고 35조 원쯤의 증액 추경을 주장하는 야당을 방어해야 하는 정부로선 답답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정부는 야당의 추경 요구에 대해선 세수 재추계로 맞서고 있는 중이다. 지출 구조조정 등 세수 재추계를 통해 세수부족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굳이 추경을 하지 않더라도 현 상황을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결국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둘러싼 정부의 고차방정식은 세수재추계 과정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다른 세목으로 메꿀 수 있는지에 따라 답안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세수 재추계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반도체 업종의 더딘 회복이 세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하고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