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두 달… 2조원 한도 이달까지 판매당국, DSR 우회 가계대출 급증 주범 지목尹인수위 출시 주도… 은행권 "정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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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이달 말 중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상품 출시 두 달 만이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DSR 규제 우회수단으로 지목하는 등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몰자 압박을 느낀 은행이 판매를 중단하는 모양새다.

    금융권 내에선 "당국이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있는 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40~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작년 윤석열 대통령인수위 때 DSR 규제 완화의 대안으로 나온 것으로, 사실상 정책 상품인 셈인데 이를 두고 은행을 압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혼합형)'을 이달 말까지만 판매한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5일 5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해당 상품을 출시했다. 내부적으로는 2조원 한도 특판 상품으로 기획했으나 고객 반응을 살펴 추후 논의키로 해 별도 한도를 설정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걸고 넘어지자, 부담을 느낀 농협은행이 당초 계획대로 2조원만 판매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지난 17일 기준 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7028억원으로 이달 말까지 한도를 채우기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1068조 1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지난 10일 범정부 차원의 점검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17일엔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 주재로 국내 17개 은행의 은행장들을 대거 소집해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 10일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고 '만 34세 이하' 가입 연령 제한 도입 및 은행권 전반에 대한 검사 등을 논의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의 우회수단이 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취지다.

    문제는 이러한 50년 만기 주담대가 사실 은행권에서 처음 내놓은 것이 아니라, 현 정부가 지난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 DSR 규제 완화의 대안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해 6월 주택금융공사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선보였고, 올해 1월 특례보금자리론에서도 50년 만기 상품(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만 선택 가능)을 출시했다.

    은행권에서도 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작년엔 40년 만기 주담대, 올해 초부턴 SC제일은행과 수협은행 등을 시작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자 지난달부터 농협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이 연이어 상품을 출시했으며 이달엔 우리은행이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농협 등 4개 은행이 취급한 50년 주담대 잔액은 1조 2379억원으로 출시 한 달여 만에 취급액이 1조원을 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애초에 정부가 서민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로, 은행들은 이러한 정책에 맞춰 상품을 출시했을 뿐"이라며 "가계대출이 하락세였던 작년 40년 만기 주담대가 나왔을 땐 잠자코 있다가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50년 주담대를 문제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