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시대… '인구감소지역' 경북·전북에 신공항 건설 추진가덕도신공항 짓는 부산도 저출산 위기 속 10년간 22.4만명 줄어'짓고 보자 식' 선거공약 남발… 경제성·미래수요전략 없이 유치 급급전문가 "'지속 가능성' 고민해야… 산업 생태계·관광인프라 연계·특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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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우후죽순 지어지고 있는 지방 신공항에 대한 의문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 신공항들은 모자란 수요를 메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은 도외시한 채 유치·건설에 급급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신공항 건설비 등을 포함한 막대한 적자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신공항 사업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2014~2030년) △새만금 신공항(2020~2028년) △가덕도 신공항(2022~2035년) 등이다. 각각 대구시와 경상북도, 전라북도, 부산시 등에 들어선다.신공항 사업들의 근본적인 쟁점은 '수요'에 관한 문제다. 지방의 가파른 인구 감소세가 수 년 전부터 가시화한 상황에서 적잖은 혈세를 들여 지어지는 공항에 과연 수요가 충분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신공항들이 들어서는 지역은 모두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이미 인구감소가 심각해 정부가 위기 지역으로 관리하는 곳들이란 얘기다.인구감소지역은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을 뜻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취지로 지난 2021년 10월 처음으로 인구감소지역을 도입했다. 행안부 설명으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지어지는 대구·경북 지역 중 각각 2곳과 16곳이 인구감소지역이다. 새만금 신공항이 위치할 전북은 10곳, 가덕도 신공항이 자리하게 될 부산시는 3곳이 이름을 올렸다. 각각 16곳과 10곳이 지정된 경북과 전북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1, 2위에 해당한다. 경북은 22개 시·군의 73%, 전북은 14개 시·군의 71%가 인구가 줄고 있단 얘기다.지방의 인구감소는 수치로 보면 더욱 가파르다. 신공항 건설지역 중 인구 규모가 가장 큰 부산시는 2012년과 지난해를 비교했을 때 10년 만에 인구가 22만3700여 명 줄었다. 같은 기간 대구시 12만 2000여 명, 전북 10만 3800여 명, 경북 9만 8000여 명 줄어드는 등 신공항 예정 지역에서 모두 10만여 명쯤 감소했다.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저출생·고령화 현상 가속으로 필연적으로 나타날 결과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지방 인구는 더욱 줄고, 고령 인구는 항공편을 이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공항 수요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이미 운영 중인 지방공항 대다수는 적자난에 허덕이는 상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방공항 15곳 중 인천·제주·김해·김포공항 등 4곳을 제외한 11곳이 매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 무안공항의 경우 연 매출은 20억 원 규모지만, 운영비는 220억 원으로 매출의 10배에 달한다. 광주공항도 매해 200억 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방신공항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 지역에 특화한 자체적인 수요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각 지역의 유망한 산업 생태계와 공항을 연계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등 공항이 '관광'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해 수요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견해다.한국교통대 한 교수는 "단순히 공항 (건설)만으로 지역경제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신공항 사업들이 단순히 공간적인 안배 차원에서 배치되는 것"이라며 "공항이 지역경제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성장산업과 연계한 전략이 필요하다. 공항을 그 지역에 특화된 거점으로 삼고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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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 지역은 신공항의 유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각 지역이 천명하는 신공항 건설을 통한 지역발전 구상은 모두 추상적인 개념일 뿐, 전략이라고 할 만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심지어 일부 지역은 아직 유치를 둘러싼 찬반 세력 간 갈등도 봉합하지 못한 상황이다. 새만금 신공항은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졸속 추진 사태로 불거진 원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을 두고는 원주민들이 '생존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결사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특히 새만금 신공항은 일부 주민 사이에서 사업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금을 많이 들여 그만큼 이익을 뽑아낼 수 있다면 당연히 지어야 한지만, 이제 모두가 알고 있듯 지방공항은 그럴 수 없다"며 "각 지역의 자존심으로 (공항을) 지어놓는 이런 행태가 결국에는 나라 전체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결국 생존 전략을 개발하지 못한 신공항들의 미래는 현재 적자난에 시름하는 다른 지방공항과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주민들의 수요가 없어 항공사가 들어오지 않고, 노선 개척이 이뤄지지 않으니 수요는 더욱 줄어들고, 결국 아무도 찾지 않아 매해 적자만 누적하는 공항으로 전락하는 수순이다. 공항 운영의 기반이 돼야 할 수요가 없다면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해당 신공항 사업들이 모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 받았다는 것도 비판을 받는 이유다. 예타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예타 면제는 사업성 검증 절차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허가하는,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큰 혜택으로 여겨진다. 신공항들의 예타 면제 배경에는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있다. 선거철이면 주민의 표를 얻으려고 대규모 SOC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룬다. '정치공항' 꼬리표를 단 가덕도 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정치 포퓰리즘이 생존 전략도 사업성도 없는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여 국민에게 적자난 등에 대한 위험부담을 떠넘기는 셈이다. 지방공항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국민 혈세를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다.전문가들은 신공항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면 '지속 가능성'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대다수 지방공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항이 각 지역에서 활발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다.교통대 교수는 "잼버리 개최가 임박해서야 뭔가를 시도하려 하다 실패한 새만금 공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단 짓고 보자 식의) 전략적인 사고가 없으면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항이 건설을 마치는 시점에 맞춰 지역산업 생태계와 관광 인프라의 연계, 거점 항공사에 대한 투자 등을 진행해 미리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