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PIF), 국내 주요 게임사 지분율 확대넥슨(10.23%) 4대 주주, 엔씨소프트(9.3%) 2대 주주 등극단순 투자 및 협력 표명... 경영권 흔들기 우려도
  • ▲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
    ▲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
    사우디아라비아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겉으로는 K-게임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모습이지만, 전략적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영권 위협의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넥슨(10.23%)과 엔씨소프트(9.3%)에 대한 지분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PIF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로 대표적인 중동의 오일 머니로 꼽힌다.

    PIF는 지난해 2월 8억 8300만 달러(약 1조 500억원)를 투입해 넥슨재팬 지분 5.02%를 확보한 바 있다. 올해 6월에는 넥슨재팬 주식 632만 2500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0.23%까지 늘려 4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한 PIF는 지난해 2~3월 약 1조 904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엔씨소프트의 지분 9.3%를 확보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12%)에 이어 2대 주주가 된 것.

    PIF의 공격적인 투자 배경으로는 빈살만 왕세자의 게임에 대한 애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자타공인 게임 덕후로 비디오 게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PIF는 닌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캡콤 등 글로벌 유명 게임사의 지분을 잇달아 확보한 바 있다. 넥슨과 엔씨의 지분 투자 역시 저평가된 주가에 대한 차익을 노린 단순 투자 목적의 성격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PIF의 투자 규모와 지분율을 고려했을 때 단순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주요 주주로 올라선 상황에서 전략적 투자로 전환해 경영권을 주장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을 꼽을 수 있다. 앞서 넥슨은 2014년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 매입하고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권 참여'로 변경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을 백기사로 앞세워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PIF가 그간 공격적 M&A에 나서지 않았던 점에서 단순 투자로 그칠 수 있다"면서도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높인 뒤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점을 그냥 간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