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8월 물가 3% 전망기상이변에 식료품 물가 더 오를듯…민간소비 부진↑경제성장 '빨간불'…한은, 성장 전망치 1.2% 수정 가능성
  • ▲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최근 2%대까지 내려왔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경기는 부진한 가운데 국제유가와 먹거리 물가 상승, 기저효과까지 겹쳐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 상승)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크게 뛰면서 전 세계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까지 치솟았다. 당시 휘발유는 1년 전보다 25.5%, 경유는 47% 크게 뛰었다. 지난해 7월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2%포인트(p)나 됐다. 바꿔 말하면 물가 상승률(6.3%)에서 차지하는 석유류 비중이 5분의1에 해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2.7%, 7월 2.3%까지 내려 앉았다. 지난달 기준 휘발유는 1년 전보다 22.8%, 경유는 33.4% 각각 하락해 물가 기여도는 마이너스(-) 1.34%p였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1%p 이상 끌어내린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물가가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달 전만 해도 1500원 대였던 휘발유 가격은 최근 1700원대로 치솟았다.

    먹거리 가격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경작지 피해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추석까지 앞두고 있어 성수품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5일 현재 선물세트용 사과인 홍로 10킬로그램(㎏)의 평균 도매가는 8만7240원으로 1년 전 6만928원보다 43.1% 올랐다. 추석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배(원황) 15㎏의 평균 도매가도 5만1960원으로 1년 전보다 17.9% 올랐다.

    제수용으로 올라가는 사과와 배 가격이 급등한 것은 주요 산지의 냉해와 우박,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한 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8일 경제전망보고서 '국내외 식료품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을 통해 "국내에서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데다, 흑해곡물협정 중단과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식료품 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올해 중 강한 강도의 엘니뇨 발생이 예상된다.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1도(℃)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식량가격이 5~7% 올랐다"며 "국제식량가격은 시차를 두고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공식품은 11개월 후, 외식물가는 8개월 후 영향이 최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연합뉴스
    ▲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연합뉴스
    문제는 수출 부진 속에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 축인 민간소비가 물가 상승으로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민간소비가 받쳐주며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플러스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0.3%)의 역성장을 피해갈 수 있었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6%를 기록했지만, 민간소비는 오히려 이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0.1%)를 기록했다.

    정부로선 하루 빨리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하지만, 녹록잖은 상황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어둡다. 한은은 1.4%,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5%, 국제통화기금(IMF)은 1.4%,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3%로 대내외 주요 기관이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4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하긴 했지만, 앞으로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의 사태로 1.2%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하며 "대내적으로는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된 경제 여건의 부실화와 성장 모멘텀 약화, 대외적으로는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이 가시화하면서 연말까지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민간소비도 올해 2.1% 성장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 나라곳간 비상.ⓒ연합뉴스
    ▲ 나라곳간 비상.ⓒ연합뉴스
    설상가상 세수도 역대급으로 펑크나면서 재정을 경기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기도 녹록잖은 실정이다. 올 상반기까지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이 부족하다. 10년 전인 2013~2014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 규모가 크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미 간 역전된 금리 차는 역대 최대를 경신하며 2.0%p까지 벌어진 상태다.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우려된다. 쓸만한 정책카드가 여의찮은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