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올해 88.3만→내년 103만명 최대 폭 증가政 "빈곤노인 늘어…일자리 수요 감안해 사업 규모 확대"SOC 예산도 1兆 증가…"내년 총선 의식"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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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노인일자리를 줄이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말을 바꿔 역대 최대 규모인 103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29일 밝혔다.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성과로 꼽은 노인일자리에 대해 비판하며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이것이 무색하게도 정부가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을 올해 1조5400억 원에서 내년 2조262억 원으로 대폭 상향한 것이다.정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정부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이에 따라 노인일자리는 올해 88만3000명에서 내년 103만 명으로 14만7000명 늘어난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노인일자리는 교통도우미 등 공익형과 보육교사 보조 등 사회서비스형, 실버카페나 지하철 택배 등 민간형으로 나뉜다. 정부는 공익형과 사회서비스형에만 직접 수당을 지급한다.공익형 일자리는 올해 60만8000명에서 내년 65만4000명으로, 사회서비스형은 8만5000명에서 15만1000명으로, 민간형은 19만 명에서 22만5000명으로 각각 확대된다. 수당도 늘어난다. 공익형 일자리의 경우 월 27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늘어나며 사회서비스형은 월 59만4000원에서 월 63만4000원으로 인상된다.노인일자리 사업에 비판적이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내년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초수급자 중 노인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기초수급자 중 노인가구 비중은 2019년 37.4%에서 2020년 38.1%, 2021년 43.2%, 2022년 45.3%를 기록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은 많지만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는 전체 노인 인구의 10% 수준에 불과,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리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을 대폭 늘렸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하지만 정부의 설명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5월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고용이 늘어 소득이 늘었다는 발언에 대해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은 직접일자리고, 직접일자리의 대부분은 노인일자리와 질 낮은 일자리"라며 "일자리 질이 굉장히 중요한데 양적인 부분만 놓고 왜곡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정부는 지난해 8월, 2023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당시 단순 노무형인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자 이를 철회했다. 이것이 무색하게도 정부는 공익형 일자리를 올해 60만8000명에서 내년 65만4000명으로 5만4000명이나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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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갈지자(之) 행보에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세수입 감소로 내년 총수입과 총지출 예산 모두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맨 상황에서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26조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1000억 원(4.6%) 늘렸기 때문이다.여기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조기 개통, 인천발 KTX 건설사업, 충남 서산공항,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 지역 숙원 사업 예산이 반영됐다. 미래먹거리 투자에 중요한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 원에서 내년 25조9000억 원으로 5조2000억 원(16.6%↓) 줄이고, 교육 예산은 6조6000억 원(6.9%↓)을 감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다만 추 부총리는 SOC 예산과 총선을 연관짓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4일 진행된 2024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SOC를 선거와 연계시키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으로 전국에 필요한 필수 소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노인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65세 노인 인구가 해마다 50만 명 증가하는데, 많은 분이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원하고 있어 일자리 수요를 감안해 (사업 규모를 늘렸다)"며 "(전임 정부와) 다른 것은 직접적인 정부 재정의 일자리 사업에 중점을 두기보단 시장형 사회서비스, 민간과 함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 구조를 대폭 바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