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로내년도 예산 497억원 삭감 확정시추 정상적 추진 여부 '불투명'해 좌초 우려석유공사, 5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 이어져 정치적 불확실성에 해외투자 유치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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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예산이 사실상 전액 삭감됐다. 한국석유공사가 정부 출자 없이 자금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였지만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시작부터 난항을 겪게 됐다.11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협의 없이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정부안 대비 가장 큰 삭감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위한 '유전 개발사업 출자'다. 기존 정부안 505억5700만원에서 497억2000만원(98.3%) 삭감한 8억3700만원만 통과시켰다.'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 9일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 호가 부산외항에 입항하며 본격 출발을 알렸지만 관련 예산이 국회 벽을 넘지 못하면서 향후 사업 향방도 불투명하게 됐다. 17일께 동해 심해가스전 유망구조 첫 탐사시추에 나설 계획이지만 1차공 시추에서부터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되는 추가 탐사시추 추진에 불확실성이 커져서다.정부는 대왕고래 1차공 시추의 경우 총 1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각각 절반씩 부담할 계획이었지만 정부 예산 삭감으로 석유공사는 자체 자금으로만 프로젝트를 이끌게 됐다.문제는 석유공사의 열악한 재무상황이다. 석유공사는 2020년부터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부채는 19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자본금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현재로선 회사채 발행이 가장 유력하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3일 "재정 지원이 없어지거나 어려워지면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사채 발행도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하지만 이 역시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최소 5회 이상, 10회 미만에서 시추탐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나 시추공 하나를 뚫는데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었던 만큼,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개발 동력을 이어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2차 시추부터는 해외투자 유치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 역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차 시추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부존 가능성 여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속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만큼 계엄 후폭풍으로 향후 동력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다, 거대 의석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적정성 여부를 두고 줄곧 문제 제기를 해왔기 때문이다.석유공사 관계자는 "우선 기존에 확보했던 예산으로 집행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선 회사채 발행 등에 대한 검토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