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이성훈 부사장 외부행보 묘연막내딸 이서정 전무 경영활동 활발2년새 배당금 26배 '급증'…증여세?집주인 복귀 "호재냐, 조직경직이냐"
  • ▲ 부영그룹. ⓒ뉴데일리DB
    ▲ 부영그룹. ⓒ뉴데일리DB
    이중근(83세) 부영그룹 창업주가 광복절특사로 사면된지 보름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20년 회장직에서 물러난지 약 3년만이다. 회삿돈으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이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아 5년간 취업이 제한됐지만 이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로 그룹안팎에서는 경영권 승계 및 신사업 추진 등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1941년생인 이 회장은 80대 고령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회장은 슬하에 3남(이성훈·이성욱·이성한) 1녀(이서정)를 두고 있으며 이중 누가 경영권을 물려받을지 후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장남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은 부영 지분율이 2.18%에 불과하다. 2014년 부영 사내이사직에서 사퇴한 이후 외부행보가 묘연하다. 이성욱 부영 전무와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도 경영상 직함은 갖고 있지만 실제 경영참여도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경영활동이 가장 눈에 띄는 건 막내딸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다. 이 전무는 2021년 부영 사내이사에 선임된 이후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오투리조트 등 10곳이상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증여세는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공교롭게도 최근 2년간 이 회장이 가져간 배당금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이 기간동안 이 회장은 31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2019~2021년까지 3년간 받아간 배당금 122억원에 비해 26배나 급증한 금액이다.

    부영은 이 회장이 그룹지분 93.7%를 갖고 있는 독보적 '원톱체제'다. 이 때문에 배당금 대부분은 이 회장이 가져간다. 부영 감사보고서를 보면 올해 배당금 1259억여원중 1181억여원을 이 회장이 수령했다. 계열사 및 손자기업 등에서 받은 배당금을 합하면 총 배당금은 122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주식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거나 증여할시 거액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확보라는 분석이 꽤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이 밖에 신사업 추진을 통한 경영쇄신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영은 아파트브랜드 '사랑으로'와 '부영애시앙'을 통해 주택건설업과 주택임대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악화와 주택부문 영업부진으로 '2023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58계단 떨어진 93위를 기록했다. 전년 부영그룹과 부영주택은 각각 1020억원·161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탓에 부영은 2017년이후 처음으로 재계순위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부영은 올해 5월기준 공정자산총액이 21조1070억원으로 재계 22위다. 자산규모가 2022년 21조7360억원보다 2.9% 감소했고 재계순위도 19위에서 세 계단 내려왔다.

    현재 부영은 기존 임대주택사업을 필두로 △서울 금천구 대형종합병원 건립 △인천 송도테마파크 △성수동 특별계획구역 호텔·주상복합 △제주도 중문호텔 건립 등 굵직한 랜드마크급 개발사업을 통해 미래먹거리를 물색중이다.

    아울러 부영은 해외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07년 미국을 비롯해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사업에 나섰다. 해외 주택개발 사업에 투입할 자금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금융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룹매출 80%가량을 부영주택이 담당하고 있고 해외법인 적자도 이어지고 있어 이 회장 복귀가 부영을 한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 부재로 신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오히려 이 회장의 독보적인 지배력 탓에 조직이 경직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이날 "부영은 특히나 오너십이 강한 회사다 보니 주인이 없던 상태에서 주인이 돌아온 상황이라 신속한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돌아왔다는 건 호재일 수 있지만 현재 임대주택사업 쪽 소송이라든지 승계구조에 대한 것 등 당면과제가 많은 상황이라 어깨는 무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막강한 지배력 탓에 조직이 경직된다는 것 또한 늘 있었던 얘기"라며 "밖에서 보기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나 투명한 경영·견제장치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이 회장이 전문경영인을 데려오기 위해 경영권을 내려놓거나 지분매각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부영 관계자는 "창업주의 회장복귀에 대해서는 회사내부적으로 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장인 동시에 대주주다보니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효율적인 업무진행이 이전보다 원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막 취임식이 진행된 상황이라 명확하게 말씀드리긴 이른 상황"며 "시간이 지나서 변화가 생긴다면 추후에 공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