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요 증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견인'생성형 AI 시장 5분기 만에 성장낸드 추가 감산 가능성… 수익성 개선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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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 AI 시장이 빠르게 커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적자도 끝이 보이고 있다. D램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 중이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낸드 플래시가 감산 확대와 가격 하락 안정화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 속도가 애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더 해지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2분기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분기보다 3.8% 성장한 1243억달러(약 165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진 5개 분기 연속 역성장세가 꺾였다. 특히 D램 시장 규모는 2분기 15% 증가했다.

    반도체 턴어라운드를 주도한 것은 '갓비디아'로 불리는 엔비디아다. 업계 전체의 반도체 매출이 전분기보다 46억달러 증가한 가운데 이 중 25억달러가 엔비디아에서 발생했다. 생성형 AI에 대한 수요 증가가 매출에 이어졌다.

    당분간 생성형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지속할 전망이다. 류더인 TSMC 회장도 최근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3 국제반도체전'에서 "생성형 AI로 인해 세계적인 칩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1년 반 뒤에야 수요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성형 AI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이다. AI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적으로 탑재되기 때문이다.

    HBM은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아직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HBM 시장 규모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예상치)은 삼성전자 46~49%, SK하이닉스 46~49%, 미국 마이크론 4~6% 순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4세대 제품인 HBM3을 개발해 엔비디아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5세대인 HBM3E 개발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HMB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 하반기 중 확장 버전인 'HBM3P'를 공개하고, 자체적으로 연산이 가능한 차세대 HBM-PIM 제품을 개발해 차별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AI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흑자 전환이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조141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조 단위 이익을 회복할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도 영업손실을 1조7507억원으로, 전분기 2조8821억원 대비 적자를 40% 가까이 줄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M의 강한 수요가 이어지면 D램은 이르면 3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있다"며 "AI향 성장에 따라 실적 개선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230704 ⓒ연합뉴스
    ▲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230704 ⓒ연합뉴스
    앞서 양사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하자 이 같은 고성능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낸드 감산폭을 확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도 나서면서 수익성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미즈호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낸드의 경우 2022년 2분기 웨이퍼 투입 최고치보다 올해 4분기에 60% 이상 웨이퍼 투입량을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즈호증권은 삼성전자의 낸드 웨이퍼 투입량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저점을 기록한 뒤 서서히 늘며 2025년 2분기 이후에나 지난해 4분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초기에 낸드 생산량을 25% 줄였다며 올해 4분기까지 감산량이 35%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낸드 공급업체들은 생산량 감축을 통해 낸드 바닥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이 지난해 4분기부터 낸드 감산을 주도했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2분기 낸드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 모두 제품별 선별적인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 중이며 특히 낸드 위주로 생산 하향 조정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면서 낸드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보다 낸드의 재고 감소 속도가 더디다며 낸드 제품의 감산 규모를 5~10% 확대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낸드 생산량을 줄여 공급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공급업체들의 감산에 낸드 가격은 최근 4개월째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자료를 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8월 고정 거래가격은 평균 3.82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3월과 4월에 각각 5.12%, 2.93% 내린 이후 4개월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8월 말 낸드 플래시 공급업체와 주요 중국 모듈 제조업체간 협상에서 512기가비트(Gb) 웨이퍼 가격을 약 10% 높이는 데 성공한 새로운 웨이퍼 계약이 성사됐다"며 "다른 공급업체들도 유사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 공급업체의 변화를 예고했다"고 말했다.

    궈밍치 TF증권 연구원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8월 삼성의 가격 인상에 이어 9월부터 마이크론도 낸드 플래시 웨이퍼 계약 가격을 약 10% 인상하기 시작했다"며 "올 하반기 마이크론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