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회 초음파 진행 한의사 의료법 위반 기소1·2심서 벌금형 선고… 대법서 뒤집혀 분위기 반전의료계, 강력 반발 예고… 오진 위험 무시한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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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에서 맥(脈) 짚기 대신 초음파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를 근거로 한의사들은 건강보험 적용 등 후속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사법부가 면허범위와 오진 문제를 방관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는 작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한 내용을 인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초음파 촬영을 68회 진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법상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구분하고 있는데 해당 행위가 면허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은 한의사가 초음파 촬영을 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심리해 보니 A씨의 행위가 의료법 위반이란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A씨도 초음파 기계를 사용해 진료할 수 있다며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종적으로 이날 파기환송심서 A씨의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론이 났다. 

    ◆ 한의계, 사법부 판단 근거 '건강보험 진입'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은 한의사를 초음파 사용이 합법이라는 파기환송심 선고에 대해 즉각 성명을 내고 "국민 건강을 위한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결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파기환송심 판결은 지금까지 한의사에게 굳게 채워져 있던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내는 소중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사법부의 판단을 보건복지부가 준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초음파 진단이 수월해지도록 제도적 정비를 추진하라는 의미다. 

    한의협 고위 관계자는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자는 취지이므로 이를 활용해 한의학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의사들도 건강보험 영역 내에서 초음파기기를 쓸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부가 엑스레이 기반 골밀도측정기, 뇌파계, 초음파까지 한의사 허용이라는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데 관계당국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홍주의 한의협회장과 한홍구 부회장은 지난달 1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파기환송심에 한의사 초음파기기 활용이 정당하다는 의견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 의료계, 오진 피해가 초음파 허용으로 확장 '분개'

    의료계 역시 한의사에 초음파 허용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지난 7월 제출한 바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의료계 내부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어 추후 고강도 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비상식적인 판단을 했고 오는 14일 파기환송심 선고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했다"며 "사법적 대응 등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사건의 본질은 한의사 A씨가 68회에 걸쳐 환자에게 초음파기기를 사용했는데도 자궁내막암 진단 놓친 '오진 피해'로 시작됐음에도 한의사 초음파 허용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정확한 진단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오진으로 인해 환자의 질병을 상태 발견 및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날(14일) 수원지방법원이 한의사가 엑스레이 기반 골밀도 측정기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날 파기환송심에서도 초음파를 허용한다는 결론이 나와 의료계 내부에서는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일련의 사법부 판결을 빌미로 한의사들이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도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