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똑똑' 캠페인, 2023 칸라이언즈 글래스 라이언즈 부문서 '그랑프리' 수상"지속가능한 캠페인으로 세상에 변화를"... 12년만에 첫 한국팀 수상 기록칸 도전하는 이들 위해 '수상 여정' 자세히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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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프랑스에선 한국 광고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 일어났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2023 칸라이언즈'에서 '글래스 라이언즈' 부문 그랑프리를 받게 된 것.경찰청의 '똑똑(KNOCK KNOCK)' 캠페인으로 글래스 라이언 그랑프리를 수상한 황성필 제일기획 CD(Creative Director)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칸라이언즈X서울 2023'에서 'Knock Knock 그랑프리의 문을 열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처음 생각난 아이디어를 컵에 가득 담고 허들을 넘는 마라톤 같은 칸라이언즈 도전에서 여러분도 처음의 생각을 그대로 담아 달려보라"고 조언했다.제일기획은 '똑똑' 캠페인으로 칸라이언즈 글래스 라이언즈 부문 그랑프리 외에도 총 3가지 카테고리에서 수상했다. 지난 2015년 신설된 글래스 라인언즈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수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제일기획의 똑똑 캠페인은 모스부호에서 영감을 받아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 없이 조용히 신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고 이후엔 어떤 번호라도 두번 두드리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피해자가 있는 곳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링크를 전달하고 조기에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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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D는 이날 강연에서 '똑똑' 캠페인은 시작부터 무조건 해야하는 프로젝트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광고의 특성 상 캠페인을 추진해도 기간이 끝나면 해당 주제가 빨리 휘발돼버리곤 하는데 이번 똑똑 캠페인으로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캠페인을 만들어보자는 고민이 깊었다고 전했다.황 CD는 "똑똑 캠페인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프로젝트였는데 보통 이렇게 장기간 고민을 거치기 때문에 애초에 이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며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무조건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경찰청에서도 똑똑 캠페인에 대한 황 CD 팀의 의지에 동참하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중간 중간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며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질 위기까지 겪었다. 하지만 다시 차근차근 준비를 진행하며 세상에 똑똑 캠페인이 공개되지마자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각종 미디어에서 똑똑 캠페인이 소개됐고 경찰청의 공식 신고 캠페인으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이같은 반응에 힘 입어 제일기획 팀은 칸라이언즈에 출품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황 CD는 칸에 출품하기 위한 과정이 마치 대입 수능을 치르고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마음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의 팀에 이어 칸에 도전할 후배들을 위해 칸라이언즈 작품 접수에 앞서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엔트리킷(Entry kit)을 정독하길 권했다.황 CD는 "엔트리킷이 3개 정도 나오는데 칸에 출품하기 전에 이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길 권한다"며 "엔트리킷에 나오는 하부 카테고리를 보다 보면 해당 카테고리에서 어떤 점을 심사에서 중점적으로 보는지, 어떤 부분에서 상이 나오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결국 카테고리에서 언급한 본질에 가까울 수록 수상에 유리하다"며 팁을 전수했다.제일기획 팀은 이번에 글래스 라이언즈 부문에 출품을 하면서 숏리스트에 올라 칸 현지에서 20여분의 프레젠테이션(PT) 과정도 거쳤다. 이 PT에서는 똑똑 같은 캠페인이 휘발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미래세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황 CD는 "우리는 PT에서 똑똑 캠페인 이후에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강간 등의 사건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며 "캠페인 하나로 세상이 갑자기 변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이렇게 긍정적으로 상황을 이어나가다보면 오늘보다 더 좋아지는 내일이 오지 않을까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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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D는 칸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을 허들을 넘는 마라톤에 비유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허들을 넘는 마라톤이라는 어렵고 긴 과정인데다 손에는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컵을 들고 뛰어야 하는 상황과 같다는 것이다. 이 험난한 과정에 무엇보다 필요한건 처음 가진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달리기를 이어나가는 것임을 재차 강조하며 또 다른 그랑프리 수상자가 탄생하는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황 CD는 "광고를 하다보면 처음 생각을 컵에 가득 담지만 이후엔 클라이언트의 생각, 상사들의 생각 등에 영향을 받아 컵의 절반,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컵이 줄어든 상태에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칸에서는 여러분의 생각을 그대로 담아 유지한채로 달려보시길 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