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 속도전 돌입글로벌 메모리 지형 요동 … HBM4 성공 여부 승부처로美中 거센 추격 속 당분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도권
  • ▲ 삼성전자의 36GB 12단 HBM3Eⓒ삼성전자
    ▲ 삼성전자의 36GB 12단 HBM3Eⓒ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인 HBM4를 설 연휴 이후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글로벌 메모리 경쟁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이전 세대 HBM 부진으로 제기됐던 반도체 사업 위기설을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엔비디아 공급망 선점을 통해 중국의 추격과 미국 기업의 생산 공세를 동시에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할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설 연휴 이후 이르면 이달 셋째 주부터 본격 양산 출하할 예정이다. 차세대 HBM4의 양산 공급은 이번이 세계 최초로 메모리 업계 주도권 경쟁에서 결정적 변곡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4에 대해 이미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구매주문(PO)을 확보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출시 일정과 고객사 완제품 모듈 테스트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산 시점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PO에는 샘플 공급 물량도 대폭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내달 열리는 자사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삼성전자 HBM4가 적용된 '베라 루빈'을 처음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HBM4는 성능 면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개발 초기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상회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하고,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하는 고난도 공정 조합을 선택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JEDEC 표준인 8Gbps를 넘어 최대 11.7Gbps에 달하며 이는 표준 대비 37%, 전 세대 HBM3E 대비 22% 높은 수치다.

    특히 단일 스택 기준 메모리 대역폭은 최대 3TB/s로 전작 대비 2.4배 향상됐고, 12단 적층 기준 최대 36GB의 용량을 제공한다. 향후 16단 적층 기술이 적용될 경우 최대 48GB까지 확장도 가능하다.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저전력 설계를 통해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 및 냉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로직,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아우르는 '원스톱 반도체 설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HBM 판매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평택캠퍼스 4공장에 신규 D램 생산 라인을 구축해 HBM4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라인은 월 10만~12만장의 웨이퍼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전해진다.

    중국과 미국 경쟁사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YMTC(양쯔메모리)는 낸드 메모리를 중심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D램과 HBM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YMTC는 우한 3기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고 있으며, 최근 LPDDR5 공정 샘플을 완료하는 등 장기적으로 HBM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낸드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1년 안팎으로 줄였고, D램에서도 DDR5 양산을 시작하며 격차를 크게 좁혔다.

    다만 HBM에서는 여전히 3년가량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중국 CXMT가 올해 HBM3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기업들이 HBM4 양산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인력 투입을 고려하면 장기적 위협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대만과 미국을 거점으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며 삼성전자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론은 대만에서 HBM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동시에 미국 내 대규모 팹 건설을 통해 장기적으로 D램 생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다만 엔비디아 차세대 AI 시스템 '베라 루빈'용 HBM4 공급 경쟁에서는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엔비디아의 HBM4 공급에서 SK하이닉스가 약 70%, 삼성전자가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0%로 하향 조정했다. 엔비디아가 시스템 대역폭 목표를 기존 대비 약 70% 상향한 것이 공급사 선별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 같은 공격적인 사양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며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HBM4 선점 효과가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