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비윤리적 동물 학살 실태 꼬집는 풍자적 광고 캠페인 펼쳐수명 80년에 달하는 악어, 명품백 만들기 위해 2~3살에 도살되는 잔인한 현실 지적명품업계의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동물 학살 멈출 것을 강력하게 촉구데이브 마이어스(Dave Meyers) 감독 디렉팅, 더 커뮤니티(The Community) 대행
  • 세계적인 동물권 보호 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가 에르메스(Hermès)의 최상위 명품백인 악어 가죽 버킨(Birkin)백을 직접 만드는 튜토리얼 영상을 공개했다. (*다소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돼 있으니 영상 시청에 각별한 주의 바랍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PETA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에르메스 버킨 DIY(Dismember It Yourself, 직접 갈기갈기 찢어보기) 튜토리얼' 영상은 가격이 8만 달러(한화 약 1억원)에 달하는 악어 가죽 버킨백을 싼 값에 직접 만들 수 있는 충격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흰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광고 속 여성은 아주 밝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매우 특별한 걸 해보려고 한다"며 "아주 적은 비용으로 에르메스 버킨백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악어 가죽으로 된 에르메스 버킨백을 만드는 데는 가죽 접착제, 자, 펜, 스티칭 송곳, 플라스틱 시트, 바늘, 스크루 드라이버, 칼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 재료로 3살 된 새끼 악어가 필요하다. 

    여성은 먼저, 새끼 악어의 코 부분을 잡고 아래로 누른 뒤 칼로 악어의 머리 부분을 찔러야 한다고 설명한다. 칼로 악어의 머리를 찌르자 악어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여성의 흰 드레스는 엉망이 된다. 그러나 여성은 당황하지 않고 "흰색 옷은 입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태연하게 다음 작업을 이어간다.
  • ▲ PETA의 'Hermès Birkin DIY Tutorial' 캠페인. ©PETA
    ▲ PETA의 'Hermès Birkin DIY Tutorial' 캠페인. ©PETA
    다음 과정은 더욱 충격적이다. 악어의 뇌 부분부터 척추까지 길쭉한 스크루 드라이버를 힘껏 꽂아야 한다. 스크루 드라이버에 힘을 줄 때마다 새끼 악어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꿈틀대지만, 여성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우리는 미니백을 만들거라서 25cm X 24cm 직사각형 형태의 악어 가죽 2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악어 피로 난장판이 된 작업대 위에서 여성은 "이제 악어 가죽을 바나나 껍질 까듯이 벗겨낼 것"이라고 말한 뒤 벗겨낸 악어가죽을 보여주며 "(가방이 완성되면) 정말 우아해보이겠죠?"라고 말하며 웃는다. 이어 여성은 악어 가죽 두 장을 접착제로 붙이고 바느질을 한 뒤, 마침내 DIY 에르메스 악어 가죽 버킨백을 완성한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여성은 버킨백에 튄 악어 피를 '스윽' 손으로 닦으며 "영상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음주에는 생후 1년 미만의 송아지 가죽(calf skin) 백을 만들 예정이니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다.
  • ▲ PETA의 'Hermès Birkin DIY Tutorial' 캠페인. ©PETA
    ▲ PETA의 'Hermès Birkin DIY Tutorial' 캠페인. ©PETA
    튜토리얼 영상이 모두 끝난 뒤 PETA는 마지막으로 "이 DIY 영상은 에르메스 가방을 위해 실제 악어들이 겪는 폭력과 죽음을 재현한 것입니다. 이 영상을 공유해 이 참혹한 현실을 끝내는 데 힘을 보태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상은 너무도 잔인한 악어 도축 장면과, 이를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성의 태도가 보는 이의 충격을 배가 시킨다. 

    PETA의 'Hermès Birkin DIY Tutorial' 캠페인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데이브 마이어스(Dave Meyers)가 디렉팅한 작품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가방 DIY 영상처럼 보이지만 날카로운 드라이버로 악어의 뇌와 척추를 찌르고 '바나나처럼' 악어 가죽을 벗기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명품백 때문에 희생 당하는 동물들이 맞서야 하는 폭력의 실태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보기 불편할 정도로 끔찍한 장면을 풍자적으로 표현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명품 업계의 만행을 지적하는 '충격 요법'을 쓴 셈이다. 

    이번 캠페인은 에르메스가 명품 가방 제작에 사용하고 있는 희귀 동물 가죽 사용 실태를 겨냥한 PETA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PETA는 오랫동안 패션계의 대표적인 가방이자, '우아함'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에르메스 버킨백을 정면으로 겨냥해 소비자들이 명품백 뒤에 숨겨진 '결코 우아하지 않은' 끔찍한 제작 과정 또한 직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더 커뮤니티(The Community)가 대행했다. 
  • 한편 PETA는 에르메스의 악어 도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오고 있다. 지난해 PETA는 에르메스가 소유한 파충류 농장을 비밀리에 촬영한 영상을 공유해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해당 영상에는 악어를 잠시 기절시킨 뒤 잔인하게 가죽을 벗기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호주에 악어농장 3개를 운영하며 매년 수천 마리의 악어를 도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 악어의 수명은 80년에 달하지만 명품백 때문에 희생되는 악어의 수명은 약 2~3년에 불과하다. 

    '악어백'의 대명사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하나 만드는 데 악어 2~3마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격은 5000만원~1억원대를 호가한다. 비윤리적인 동물 도살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에르메스의 악어 가죽 버킨백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몇 년을 기다려야 살 수 있는 아이템으로 유명하다. 

    PETA는 수십 년째 명품 업계와 패션 업계를 대상으로 제품에 희귀 동물 가죽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다. 샤넬(Chanel)과 버버리(Burberry), 빅토리아 베컴(Victoria Beckham),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등의 브랜드들은 희귀 동물 가죽 제품 출시를 중단했으며, PETA는 에르메스도 이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인 '버킨백'은 지난 1981년 에르메스 사장 장 루이 뒤마가 비행기에서 버킨의 옆 좌석에 앉게 되면서 탄생했다. 버킨은 짐칸에 올려놨던 밀짚가방에서 내용물이 쏟아지자 "가죽으로 된 작은 여행 가방을 찾기 힘들다"고 불평했고, 3년 후 뒤마는 버킨에게 오직 그녀만을 위한 가방 '버킨백'을 만들어 선물했다.

    현재는 고인이 된 가수 제인 버킨은 2015년 에르메스 측에 제품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버킨은 "내 이름이 붙은 에르메스 백에 쓸 악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걸 알았다"면서 "에르메스의 관행이 국제 규범에 맞도록 개선될 때까지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고 성명을 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지만, 에르메스는 여전히 버킨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여전히 잔인한 방식으로 악어를 도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