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이후 상속세 구조 논쟁 본격화 … 최고 60% 세율·공제 기준 고착 문제 부각가업승계·중산층 부담·납부 방식까지 재점검 필요성 … 상속세 개편 논의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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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인용한 '고액 자산가 탈한국'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상속세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통계의 산출 방식과 해석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비판과 대한상의의 사과로 이어지며 공방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논란의 배경에는 한국 상속세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논란은 특정 통계의 정확성 여부를 넘어, 상속세가 기업 승계와 자산 축적, 중산층 과세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지난 7일 최근 확산된 '부자 탈한국' 보도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7일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해당 자료를 공유한 대한상의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법률에 의해 설립된 공식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런 행위를 공개적으로 벌였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며 "재발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을 판단하는 국민의 인식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발단은 대한상의가 지난 4일 배포한 보도자료다. 대한상의는 영국의 민간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의 자산가 이동 통계를 인용해, 한국의 고액 자산가 순유출 규모가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잠정 추정치를 제시했다. 이후 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 상속세 최고세율(50~60%) 부담이 자산가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공유한 칼럼은 해당 통계의 해석과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칼럼은 헨리앤파트너스 보고서에 상속세가 자산가 이동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명시돼 있지 않음에도, 대한상의가 보고서에 언급된 '경제적 압박' 등의 표현을 근거로 상속세 부담을 주요 원인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2400명'이라는 수치 역시 잠정 추정치에 불과하며, 산출 방식과 방법론 전반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
논란이 확산하자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오후 사과문을 통해 "고액 자산가 유출과 관련한 외부 통계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자료 작성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통계의 정확성을 보다 면밀히 확인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내부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했다.
- ▲ ⓒX 캡처
논란이 된 자료는 대한상의가 앞서 3일 발표한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연구'다. 대한상의는 해당 자료에서 "과거에는 초고액 자산가만 부담하던 세금이었지만, 이제는 중산층까지 부담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이 같은 세제 환경이 자산가 해외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50~60%에 달하는 상속세가 자본가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도 상속세는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내리는 추세지만, 우리나라 상속세는 명목 최고 세율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 주주 할증과세까지 적용하면 최고세율이 60%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1위에 해당한다. 지나친 상속세 폭탄은 기업경영권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기업의 해외 이탈을 가속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상속세로 거둔 세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0.29%에서 2024년 2.14%로 높아졌다. -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징벌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지적하고 나섰다.
높은 상속세율 탓에 중소기업의 90% 이상이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산 가격 상승과 과세 기준의 경직성으로 인해 중산층까지 상속세 부담을 체감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초부유층 과세'에 머물지 않고 중산층까지 위협하는 '보편적 세금'이 된 것이다.
상속세 납부 방식의 유연화도 시급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상속세를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기간을 늘리거나, 거치 기간을 도입하고 상장주식 현물 납부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기업 승계를 원활히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여러 차례 상속세 제도 손질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각각 8억 원, 10억 원으로 상향해 총 18억 원까지 공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적공제 기준은 1997년 이후 한 세대 가까이 변화가 없었다. 그 사이 물가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공제 한도 조정은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는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유층의 해외 이탈 논란이 이어지고 중산층까지 상속세 부담을 우려하는 상황, 기업 총수가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주가 관리에 나선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현행 상속세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공통된 분석이다. 세율과 공제 한도, 납부 방식 등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