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당선작가 28명에 불공정계약… 웹툰 등 직접제작도 차단웹소설 시장서 플랫폼 사업자 영향력 지배적공정위, 만화·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약관 점검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웹소설 작가들에게 웹툰과 드라마 제작을 카카오엔터와만 계약하도록 하는 등 '갑질'을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24일 카카오엔터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공모전 당선작가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4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란 원저작물을 각색·변형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이용할 권리를 뜻한다.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된 대표적인 웹소설 작품이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국내 웹소설 시장규모는 2014년 20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약 6000억 원대로 3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웹소설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 수는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 중소플랫폼인 조아라 등으로 매우 적은 반면 작가는 지망생을 포함해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등 매우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웹소설 작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래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엔터는 웹소설 시장에서 네이버웹툰과 1~2위를 다투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로, 공모전을 통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자신들이 가져갔다.

    카카오엔터는 2018년~2020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 등 5개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일부 공모전 요강에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을 설정하고 공모전에 응모하는 작가들에게 이에 대해 서명 또는 날인해 제출하도록 했다.

    카카오엔터는 5개 공모전 당선작가 28명과 당선작의 연재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부여받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또 7명의 작가들에게는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해 다른 사업자보다 우선해 협상하는 우선협상권을 설정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작가가 제3자와 협상을 진행할 경우, 작가는 카카오엔터에게 제시한 것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3자에게 제시하지 못하는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당선작가와 체결한 계약서에 일방적으로 거래조건을 설정함으로써 공모전 당선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한 다양한 권리를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은 카카오엔터를 통해서만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카카오엔터가 이를 제작하지 않는 경우에도 작가들이 2차적 저작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제3자가 제작하도록 허락할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해 작가가 제작사를 직접 섭외해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경우 온전히 원작자인 작가에게 귀속될 수 있는 수익을 카카오엔터와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해외 지역에서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카카오엔터와의 계약을 사실상 강제하는 거래조건을 설정해 작가들이 해외에서 정당한 수익을 얻을 기회도 제한됐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의 이 같은 행위가 불공정거래일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물 공모전 지침'과 정상적인 거래관행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향후 3년간 실시하는 공모전의 당선작가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보고명령과 더불어 과징금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공모전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권리를 제한한 행위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콘텐츠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현재 공정위는 만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약관의 실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