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B·현대 등 한도 축소당국 우려에 중복 가입도 금지'일주일 1000만원 보장' 자취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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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1000만원이 넘는 보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간호‧간병보험 시장 경쟁이 한달 만에 시들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현황 파악에 나선 후 우려를 표시하면서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가입 한도를 줄이고 가입 직업군에 제한을 두는 등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있어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21일부터 보험설계사, 요양보호사, 무직, 간병인,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의료사무원 등 8개 직업군에 대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일단 담보 가입 한도를 축소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전체 직업군에 대해서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80일 기준 1일 10만원 한도를 3만원으로, 30일 기준 11만원 한도를 5만원으로 축소했다. 병원급 합산 누적의 경우 16만원에서 8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종합병원 합산 가입한도 21만원은 9만원으로, 상급병원 합산은 26만원에서 10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DB손보는 지난 7월 간병보험의 1일 보장금액을 최대 20만원을 올려 상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어 지난달에는 보장한도를 31만원까지 올리며 업계 경쟁을 이끌었다. 하지만 한달 만에 보장금액을 대폭 낮추고 발을 빼는 모습이다.

    삼성화재 역시 지난 8일부터 보험설계사, 간병인, 주부, 무직, 요양보호사 등 5종의 직업군에 대해 간병보험 가입 한도를 축소한 바 있다. 현대해상도 지난 11일부터 7개 직업군의 가입 한도를 낮췄다.

    이들 직업군의 가입 한도는 ▲상급종합병원 2만→1만원 ▲종합병원 2만→1만원 ▲병원(요양병원 제외) 18만→8만원 ▲최대가입한도 20만→10만원 등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형 손보사들이 이처럼 간병보험에 대해 가입 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건 무엇보다 보험사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금융당국이 자율 시정을 요청한 것이 컸다.

    당국은 과당 경쟁이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보험사에 간병보험 보장한도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통보하는 등 현황 파악에 나섰다. 경쟁이 심해지면 필연적으로 과장 광고와 불완전 판매가 늘어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게다가 현재 간병보험에 가입할 경우 1일 최대 30만원선에서 보장 한도가 정해지고 있다. 중복가입도 가능해 5곳만 가입하더라도 일주일에 입원비로만 1000만원이 넘는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간병보험이 정액보상이라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가 다수의 보험을 가입한 이후 허위로 입원해 보험을 타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간병인을 이용하지 않고 직업이 없는 친족을 간병인으로 고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 공유가 확산되기도 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나 간병인 등 특정 직업군의 경우 입원 기한을 다 채워 보험금을 타낼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동안 손보사들이 매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출혈경쟁을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중소 손보사들은 여전히 손해율 관리보다 경쟁력을 강화해 매출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가입한도를 늘리거나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에 시책을 강화하는 등 판매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매출을 크게 늘리는 영업 전략을 짠 곳도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한도가 낮아진다는 점을 이용해 절판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