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①]이창용 한은 총재 "1~2% 저금리 가능성 작아"… 빚내 집 사는 젊은층에 경고수출부진에 OECD "韓 올해 1.5% 성장"… '상저하고' 난망, 저성장 고착 우려전문가들 "개혁 외 뾰족한 대안 없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전환해야""초과이익환수제 등 부동산 대못 규제 뽑아야… 기업, 비핵심자산 매각·수익모델 창출해야"
- 수출 부진에 국제유가 급등, 글로벌 긴축 장기화로 우리 경제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애초 정부는 올 경제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한 대외 불확실성에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사령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늦어도 10월경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선다"더니 27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늦어도 11월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세수추계 오류로 역대급 세수펑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양치기 소년'이 되어간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경제여건 변화를 어떻게 진단하고 '뉴노멀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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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비용(금리)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1~2%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저금리가 곧 도래할 것이라 생각하고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에 주의를 촉구했다.이 총재는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을 띄워 경기를 부양하는 것에 반대 견해를 냈다. 그는 "불황이 오면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대출 내주고 부동산 띄우고 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해왔던 그런 유혹을 견딜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정책 의지를 갖고 성장률을 올려 디레버리징(빚 줄이기)을 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일각에선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오던 국면에서 벗어나 저성장이 고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금리,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 등 국제 정세 변화와 함께 가파른 고령화사회 진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인 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은 뉴노멀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건가에 대해 화두를 던진 셈이다.우리의 경제여건은 녹록잖다. 지난 24일 OECD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5.5% 줄었다.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콜롬비아를 제외한 37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50.2%)와 에스토니아(-19.4%), 리투아니아(-16.4%)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수입은 OECD 회원국 중 감소 폭이 최고였다. 한국의 7월 수입은 1년 전보다 25.4% 줄었다. 수입이 20% 이상 줄어든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2위 핀란드(-17.9%), 3위 일본(-17.4%)과의 격차도 7%포인트(p) 이상 났다. 수출입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반기 들어 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상저하고' 전망도 더딘 수출 회복세와 치솟는 국제유가 등으로 점차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을 1.5%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0%로 올려잡은 것과 대비된다. 20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를 낮춰잡진 않았으나 이는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1.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해 고금리·통화긴축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준이 예상한 내년 말 기준금리는 5.1%로, 이는 앞선 6월 전망치(4.6%)보다 0.5%p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하가 훨씬 더 느린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추 부총리는 21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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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은 규제개혁이 살 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수출 환경이 안 좋다. 비관론이 강하다. 마이너스 성장 요소 커진다. 중국 문제 해결해서 정상적인 고성장 궤도 가기 어려울 듯"하다며 "경제인구라도 늘어야 하지만, 그마저 여의찮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결국 부가가치 높은 산업,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규모화, 산업화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이 대부분 정부 관치, 자영업 영역이다. 의료도, 법률·교육서비스도 좋은 일자리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위 규제 개혁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코로나19 부작용으로 통화가 지나치게 팽창해 돈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할 뿐"이라며 "수출이 어려우니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소비, 내수를 진작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해집단이 얽혀 있어 (녹록잖다). 구조적인 문제, 규제를 풀어야 한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여러 규제에 묶여 경제성이 떨어진다.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이 교수는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할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꽤 시간이 흘렀으니 개혁의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부동산 침체가 심한 편이다. 부동산 투자에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서울 대도시의 재개발이 어려워서 그렇다"면서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규제를 뽑아야 투자가 이뤄지고 공급이 활성화된다"고 부연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을 지냈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다. 윤 전 의원은 "(침체한) 반도체와 중국 (시장)은 조금씩 올라갈 거다. 상저하고는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준점이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지금보다 나아질 건지, 평균치보다 개선될 건지 아니면 기저효과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될 것인가가 다를 뿐이다"고 했다. 하지만 윤 전 의원은 "그게 지금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윤 전 의원은 "구조적인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지금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일본과 달리) 고령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어 근본적인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생각보다 빠른 내리막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전 의원은 "(정부가) 구조개혁을 얘기한다. 반도체 혁신 클러스터나 새로운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로드맵 등을 제시한다"면서 "관건은 (정말로) 우리 젊은이들이 (그런 것들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느냐다. 그럴 수 있게 (여건·정책 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사진에 그쳐선 안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정책에 대한 접근성과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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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뉴노멀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총재 발언은 (저금리 시대의 종료보다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기대에 관해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상황은 금리 인하가 어렵다. 한·미 간 금리역전 문제도 있고 가계부채 연체율 확대 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기업은 유동성이 충분하거나 여유롭게 공급되는 환경이 아니라는 인식 하에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기업은) 단지 어려운 시기니까 (미래를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고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핵심적 자산은 (과감히) 매각해서 자금을 마련하며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가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저금리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3~4%가 높아 보인다"고 했다. 정 교수는 "정상적인 경제는 자산가치와 실물가치 상승이 비슷하게 가야 한다. 지금은 자산시장이 커지며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은 회피하는 듯하다. (기업도) 실물 투자하고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대응 등에 적극 나서면서 실물경제를 끌고 가는 것이 당면과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서 디지털 위기를 어떻게 정의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면서 "가령 전기차 전환과 관련해 기존 내연기관 직업 종사자들을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흡수하고 전환할 것인가 하는 그런 과제가 (기업들 앞에) 놓여있다"고 부연했다.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황에선 기업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과감한 투자가 만만찮을 수 있다. 경기 상황마저 안 좋은 상황에서 금리 부담까지 커진 기업, 특히 신용이 낮은 기업은 (투자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기업 환경은 성장률(GDP)에도 도움 되지 않고 한계기업은 부도로 내몰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은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돌파구는 기업 투자에 있다"며 "세수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도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이 새로운 수익·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투자해야 일자리도 만들어진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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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은 규제 철폐라고 말한다. 기업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유턴기업은 2014년 340개에서 2021년 1844개로 5배 이상 늘었다. 누적으로는 총 6839개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갔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생산시설 국내 이전) 실적은 미국의 1.6%에 불과하다.
세계는 한 푼이라도 더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고 경쟁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2월 내놓은 리쇼어링 효과 분석에서 해외 철수 계획이 있는 국내 제조기업이 복귀하면 8만6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성태윤 교수는 "몇 가지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법인세 인상 등 세금 이슈, 경영진이 형사법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 각종 기업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리쇼어링 확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당세도 없고 증권거래세가 낮은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단일 세율)로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더 많은 (외국)기업이 (투자하려고) 들어온다. 일종의 박리다매인 셈"이라며 "법인세 인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과거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이 12년 만에 상향될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으로 경제개혁을 꼽는다.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주의당(신민당) 집권 이후 기업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등에 힘을 쏟은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도 경제성장률이 유럽연합(EU)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반등하며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