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TSMC 중국투자 유예기간 1년만 연장"무제한 유예받은 삼성·SK와 대조적...파운드리 분야 中 추격 집중 저지나서"美 투자 실익 적어" 발 빼는 TSMC에 美 압박 해석도...中 리스크 여전
  •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TSMC
    ▲ TSMC 미국 애리조나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TSMC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는 달리 중국 반도체 공장 투자 규제 조치를 1년 간만 유예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공개된 중국산 반도체 기술력이 크게 발전했다는 점에 위기감을 느끼고 시스템반도체 분야 제재 수위를 높이는 조치이기도 하지만 미국 투자에 주춤한 행보를 보인 TSMC를 더 압박하는 수단으로도 풀이된다.

    13일 월스트리스저널은 최근 보도를 통해 미국 정부가 TSMC의 대중 반도체 기술 및 장비 수출 통제 1년 유예 조치를 다시 1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돼 앞으로 별도의 허가나 절차 없이 미국산 장비를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반입할 수 있게 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사실상 무기한 규제 유예를 선언했고 삼성과 SK는 한동안 멈춰있었던 대중국 투자를 재개할 수 있게 되면서 리스크가 상당부분 덜었다는 평가다.

    대만 현지에서도 이 같은 소식이 알려져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에 나서고 있다. 다만 TSMC의 중국공장 생산 비중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현저히 낮은 15%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1년 추가 유예 조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이번에 미국 정부가 TSMC에만 대중국 수출 규제를 1년 더 유예해주는 방안을 고려하는 이유가 최근 중국이 보여준 반도체 기술 수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라고 본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았지만 중국 대표 IT기업인 화웨이가 자국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SMIC를 통해 제조한 7나노미터(nm)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더 강력하게 규제할 방안을 찾아나설 것이란 의견이 확산됐다. 이번에 미국이 TSMC를 다시금 규제하고 나선 것도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보다 파운드리 같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를 꺾을 필요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에 이어 레거시(구형)에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TSMC를 통해서 자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TSMC 출신 핵심 인력들을 영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파운드리 산업을 육성하고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미국이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TSMC 중국 공장에는 규제 수위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한편으론 미국이 최근 미국 내 투자에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TSMC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 투자 규제 조치를 완전히 풀어주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 약 51조 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신공장 준공에 나서면서 미국의 '메이드인 USA' 반도체 정책에 적극 화답했지만 공장 가동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미국 현지 '인력난'을 이유로 신공장 가동 시기를 오는 2025년으로 1년 가량 미뤘다.

    대만 정치권 등 현지에선 TSMC의 미국 투자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현지에 숙련 인력이 부족해 대만 본사에서 인력을 급파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앞으로도 미국 내 인력풀이 충분하지 않아 공장 가동에도 지속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TSMC 미국 신공장이 가동되면 대만 현지에 있는 다른 공장들과 달리 생산성이나 이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인력난에 더불어 미국 현지인들을 고용하는 것에 따른 비용이 더 크게 들어간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고 공장을 추가로 짓거나 설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건설비용이 크게 상승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미국은 TSMC에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공장에 이어 패키징 공장까지 미국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 외에도 독일, 일본 등에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리스크 줄이기에 돌입했다.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이 뒤로 밀리며 주춤한 가운데 일본 구마모토 신공장이나 독일 드레스덴 생산거점 투자 등엔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미국을 자극하는 요소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과 SK 등 국내 기업들은 앞서 대중국 수출 규제를 무기한 유예 받았지만 미국이 이처럼 TSMC에 규제를 유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무기한 유예를 받아 중국 투자 리스크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앞으로 더 악화되는 지경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