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까지 합병 추진 준비 마무리...연말 전 합병 절차 개시키옥시아 지분 보유한 SK하이닉스, 합병 찬반 가능...반대표 던질 가능성합병안 가결돼도 투자자금 회수 기회...낸드시장서 합병회사 경쟁력은 '글쎄'
-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 일본 키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이 임박하면서 SK하이닉스가 양사의 통합안에 손을 들어줄 지에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베인캐피털 주도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투자하고 있다.16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키옥시아와 WD는 이달 내에 합병 추진을 위한 양사 간 의사절차 과정을 모두 마무리 짓고 본격적으로 합병에 필요한 규제당국 승인 절차 등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키옥시아와 WD는 최근 낸드시장 불황이 심각해지면서 합병으로 생존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합병에 관련된 논의가 오간지는 몇 해가 지났지만 낸드시장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면서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추진이 확정되는 모습이다.이번에 양사가 통합하면 경영 주도권은 키옥시아가 쥘 것으로 전망된다. 키옥시아는 낸드시장 3위이자 일본 반도체 산업에서 몇 남지 않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활을 꾀하면서 WD와 합병을 통해 키옥시아 몸집을 불리는 방안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키옥시아와 WD가 합병하기 위해선 각 국 규제당국의 승인과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서 이들이 합병 추진을 주저했던 대표적인 이유도 이 같은 규제 허들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일본기업과 미국기업의 합병을 달가워하지 않을 중국 규제당국이 특히 걸림돌로 지적된다.중국보다 앞서 이들의 통합에 반발할 대상으로 꼽히는게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해 4조 원을 들여 키옥시아 지분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투자금을 지분으로 따지면 약 15%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5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가치는 지난 6월 기준 5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일본 언론에선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와 WD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시장에서 키옥시아, WD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도시바 메모리(현 솔리다임) 인수까지 나서면서 방어에 나섰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솔리다임 인수로 SK하이닉스는 낸드시장에서 2위에 올라서긴 했지만 시장 3위와 4위가 힘을 합치는 상황은 위협적이다.키옥시아와 WD가 규제당국을 넘어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이미 경쟁력을 잃은 양사가 시장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시장 3위(점유율 18.6%)와 4위(13.1%)인 양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1위인 삼성전자(33.7%)에 가까운 3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지만 단순 점유율 합산 외에 시너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오히려 양사 합산 점유율을 지킬 경쟁력이 부족해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등이 빠르게 이들 점유율을 파고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이런 전망이 나오는 건 그만큼 키옥시아와 WD의 재무상황이나 재정 여력이 현재의 낸드시장 구조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낸드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다운턴 국면에서 D램보다 급격한 수요 침체를 겪었고 회복 속도도 훨씬 더딘 상황인데 이런 국면이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키옥시아와 WD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분위기에 힘 입어 D램 분야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는게 상당한 합병 후에도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가 D램으로 축적한 자본을 낸드시장이 되살아날때까지 버티는데 활용한다면 낸드사업만으로 불황을 버텨야하는 키옥시이와 WD에겐 역부족이다.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낸드시장에서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쥐었다고 평가된다. 당장 키옥시아와 WD가 합병을 성사시키는데 있어서 SK하이닉스 영향력이 결정적인데다 합병이 되더라도 낸드시장 경쟁에서 뒤떨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합병이 성사되면 SK하이닉스가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도 이른바 '쩐의 전쟁'이 가속화되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예정이다. 5년만에 1조 원 넘게 자금을 불린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 투자로 실질적인 수익을 챙겨 실탄을 마련한 동시에 낸드시장 경쟁사를 견제할 카드까지 손에 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