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파견 방안에 조합·시공사 반응 싸늘…"실효성 없어"보여주기식 정책 반복…악성 임대인 공개, '반쪽 대책' 비판층간소음 저감도 빈 수레…여론몰이 정책에 시장 혼란 가중
  • ▲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대책이 나올 때마다 임팩트는 있어요. 실효성은 글쎄요." (대형건설 A사 관계자)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나 전세사기 특별법 등 국토교통부의 대책을 두고 '쇼잉'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대대적인 정책 발표 예고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치적 쌓기에 불과한 정책으로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가 '9·26대책' 후속 조치로 도시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해결안을 내놨지만, 조합과 시공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책의 핵심은 공사비 인상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조합·시공사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전문가를 파견하고 국토부가 관련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것이다.

    전문가단은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면담, 자문, 분쟁 조정 등을 수행하게 된다. 공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신규 조합을 대상으로 계약체결시 유의사항이나 분쟁 사례 등에 대한 공사계약 사전 컨설팅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정 절차에 법적 구속력이 없어 효과가 떨어지고 조정 과정에서 오히려 사업 기간만 늘어 공사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지적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공사비 조정안을 내놔도 시공사나 조합이 거부하면 결국 말짱 도루묵"이라며 "어떤 인력풀에서 전문가를 지정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고, 현장 이해도가 떨어지는 전문가가 파견될 경우 오히려 갈등만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나 시공사가 먼저 전문가 파견을 신청해야 하는 부분이 맹점"이라며 "신청 후 기초·광역지자체를 심의를 거쳐 전문가가 파견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이 경우 늘어난 사업비 이자 부담을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전세사기와 관련해 국토부가 추진 중인 악성 임대인 정보 공개도 대표적인 '쇼잉' 정책으로 지목된다.

    정보 공개 대상자엔 3년 내 2건의 구상채무가 발생한 임대인, 총 2억원 이상 구상채무가 발생한 임대인 등이 포함된다. 기준에 해당하는 임대인은 △성명 △나이 △주소 △미반환 보증금액 등이 공개된다.

    얼핏 악성 임대인을 일벌백계하는 방안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우선 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악성 임대인이 명단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임대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전세금 안심대출 보증 △임대보증금 보증 등에 가입한 경우에만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

    애먼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임대차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하락해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등 역전세난을 겪는 일반 임대인들이 명단 공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GS건설에 내린 영업정지 조치도 업계의 빈축만 샀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가장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장관 직권으로 최대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행정처분심의위원회 청문과 심의 등을 거치는데 5개월 이상이 걸리고, 시공사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추가로 2~3년이 소요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국토부가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층간소음 대책도 빈 수레만 요란했다는 평이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국토부는 지난해 8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지어진 기존주택은 소음 저감 매트를 지원하고, 향후 지을 주택에 대해서는 사후확인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국토부는 총 5000가구에 소음 저감 매트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1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지원된 소음저감 매트는 단 한 건(230만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사업 수행을 위한 전산망 구축 등에 시간이 소요돼 올해 8월부터 지원을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조오섭 의원은 "국토부가 제시한 층간소음 개선방안이 허울뿐인 생색내기용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에 맞춰 주택의 질이 따라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희룡 장관은 정치인 출신답게 정책 마케팅과 퍼포먼스, 여론몰이에 강하지만 실제 성과가 있는지는 별개 문제"라며 "섬세함과 일관성이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남발되면 시장과 관련 업계의 불안정성만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