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아시아 2023 서울서 '크리에이티브 & 크리에이티비티' 주제로 세션 펼쳐조 잭슨 D&AD CEO, 케빈 스와네폴 더원클럽 CEO,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무대에"AI와 만난 크리에이티브, 놀라운 동시에 공포스럽기도… 저작권·형평성·표절 문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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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의 등장은 글로벌 광고 산업계를 뒤흔들며 빠르게 시장을 파고 들었다. 코카콜라와 하인즈, 나이키, AB인베브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AI를 활용한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적극 선보이고 있고, 그 활용 분야와 범위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AI는 과연 '크리에이티브 혁명(creative revolution)'의 새로운 물결일까. 이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심도 높은 토론이 펼쳐졌다.글로벌 광고 기관인 D&AD의 조 잭슨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이하 CEO)와 더 원 클럽(The One Club)의 케빈 스와네폴 CEO, 이노션의 김정아 부사장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는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애드아시아 2023 서울 무대에 올라 AI가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가져 온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 잭슨 D&AD CEO는 AI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가 멋진 작품들을 가능케 했다고 운을 떼며 성공적인 AI 활용 캠페인 두 편을 소개했다. 케첩 브랜드 하인즈(Heinz)가 선보인 'AI 케첩(AI Ketchup)' 캠페인과 유네스코(Unesco)의 '백업 우크라이나(Backup Ukraine)' 캠페인이 주인공이다.하인즈는 AI에게 '케첩병'을 그려달라는 단순한 주문을 내렸고, AI는 다양한 케첩병 이미지를 생성해냈다. AI가 그린 이미지는 모두 하인즈 케첩과병과 닮아 있어 'AI도 케첩은 하인즈라고 인식한다'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했다.'백업 우크라이나'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와 GPS 데이터, AI 기술 등을 이용해 러시아의 계속되는 침략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문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이 파괴되더라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다시 복구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로 호평 받았다.조 잭슨 CEO는 "어워즈의 시각으로 봤을 때 AI 활용은 놀라운 동시에 공포스럽기도 하다"며 "AI를 좋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저작권과 형평성, 표절과 같은 문제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최근 발표한 D&AD의 크리에이티브스 리포트(creatives report)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AI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AI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며 "인간이 기술 활용에만 전도되면 안된다. 올바른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AI 활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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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스와네폴 더 원 클럽 CEO는 20세기의 광고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광고인 '빌 번벅(William Bill Bernbach)'을 소개했다. 과거에는 카피라이터가 카피를 먼저 쓴 뒤, 일러스트레이터나 아트디렉터에게 이에 맞는 이미지를 그려 넣어 줄 것을 요청해 광고를 완성했다. 그러나 빌 번벅은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를 한 방에 모이게 한 뒤 함께 의논해서 광고를 완성시켰다. 그의 방식은 기존의 광고 제작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으며 '크리에이티브 혁명'을 이끌었다.케빈 CEO는 "1990년대에 등장한 인터넷, 2005년 등장한 소셜미디어도 기존의 광고 공식을 완전히 바꿔 놓은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 혁명'으로 불린다"며 "2022년 등장한 생성형 AI도 기존 광고 업계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그는 영국항공의 '룩업(Look Up)' 캠페인과 AB인베브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의 '맥켄로 대 맥켄로(McEnroe vs. McEnroe)' 캠페인을 소개했다.'룩업' 캠페인은 GPS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보내 옥외광고에 연결되게 만든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여, 비행기가 해당 옥외광고판 위를 지나갈때마다 광고 속 어린아이가 비행기를 쳐다보는 모습을 구현해냈다. '매켄로 대 매켄로'는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존 매켄로의 전성기 시절을 AI를 활용해 아바타로 구현한 뒤, 현재의 매켄로와 테니스 경기를 펼치도록 한 캠페인이다.케빈 CEO는 "AI가 광고의 작업 방식을 바꾼 것은 맞지만, 이를 차세대 크리에이티브 혁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디지털 미디어 전환 시대의 하나의 도전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도, 아이디어는 여전히 세계의 모든 기술보다도 더 중요할 것"이라는 빌 번백의 말을 인용한 뒤 "기술은 수단으로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도구일뿐, 기술 자체가 아이디어가 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그러면서 "우려와는 달리, AI가 여러분의 직업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여러분의 직업을 빼앗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를 잘 가지고 노는 것이 중요하다. 1980~1990년대에 등장한 포토샵 기술을 떠올려 보라. 당시 크리에이티브 업계가 포토샵을 빠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경쟁에서 뒤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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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CEO의 발표가 끝난 뒤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과의 대담이 진행됐다.김정아 부사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AI는 크리에이티브 산업계의 큰 동력이다. 그만큼 기대도 되지만 우려도 크다"며 "특히 AI가 만든 작품들은 저작권, 초상권, 표절 문제를 갖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업계가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조 CEO는 "D&AD 어워즈의 한 심사위원은 AI를 활용한 작품의 심사를 아예 거절했다. 그 작품을 누가 만들었는지,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하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AI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는 활성화 됐지만, 저작권 문제나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의문점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케빈 CEO는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AI 사업을 펼치는 대기업들도 AI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AI가 만든 무언가를 수천명이 보게 되면 이를 진짜라고 믿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우려스럽다. AI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김정아 부사장은 "아시아 광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잠재력과 재능 또한 높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글로벌 광고제의 수상 실적을 보면 유럽이나 서양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한. 심사위원 또한 유럽인들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면서 글로벌 광고제를 운영하고 있는 두 CEO의 의견을 물었다.이에 대해 케빈 CEO는 "사실 그 부분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심사위원 구성을 다양화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아시안 크리에이터가 미국이나 유럽과 경쟁할 때는 그들과 똑같은 방식이 아닌, 아시아 특유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더 경쟁력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조 CEO는 "지난해 D&AD 심사위원단에는 30~40명 가량의 아시아인이 포함돼 있었다"며 "올해로 62년째를 맞은 D&AD 최초의 여성 CEO로서, (다양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려고 한다"며 "D&AD 어워드는 글로벌 트렌드를 대변하고, 이전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AFAA(아시아광고연맹)가 주최하고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는 애드아시아 2023 서울은 지난 25일 공식 개막식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광고,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홍보,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등 분야별 글로벌 전문가 총 130여명의 강연과 컨퍼런스, 워크숍, 관련 부대행사 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