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전망한 韓잠재성장률 내년 1.7%…12년 연속 하락저성장 고착화 우려…이창용 한은 총재 "경기침체기 맞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럼피스킨병까지 물가 자극 우려고물가 속 통화정책도 어려워…경제팀, 저성장 탈출 묘수 없어
-
저성장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럼피스킨병 확산 등으로 물가까지 압박을 받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이 1.4%로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잠재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인 것은 맞다"고 답했다. 현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라고 지적한 것이다.잠재성장률은 국가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잠재성장률이 3%이라면 물가상승이 없는 한, 실질 경제성장률이 3%를 초과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9%, 내년 1.7%로 전망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 3.5% 이후 오는 2024년까지 12년 연속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저성장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물론 정부는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을 고수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1.4%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감에서 "정부가 연간 성장률을 1.4%로 전망하고 있는데 보수적으로 보면 1.3%,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면 1.5%"라고 말했다.이 총재도 27일 열린 국감에서 "올 3분기 0.6% 성장해 지금까지 기조는 1.4% 성장으로 가고 있다"며 추 부총리의 견해에 동의했다. 한은은 전날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직전 분기보다 0.6% 상승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대로 흘러가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무른다. 사실상 저성장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잠재성장률이 내년에도 1%대로 추정된다는 것은 저성장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으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2%대 성장을 하려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한은이 금리 인하 등의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카드를 꺼내야 하는 셈이지만, 물가는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가장 큰 문제는 서민들이 큰 영향을 받는 외식물가와 먹거리 물가, 석유류 제품 등의 물가가 뛰고 있는 것이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9% 상승한 이후 올해 2월 7.5%, 8월 5.3%, 9월 4.9%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9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7%를 웃돌고 있다.서민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자장면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지역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7069원으로 처음으로 7000원대를 돌파했고 삼겹살 1인분(200g) 가격도 1만9253원으로 2만 원 가까이 올랐다.맥도날드는 다음달 2일부터 빅맥 가격을 5200원에서 5500원으로 인상하고, 맘스터치도 버거 4종의 가격을 3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카스·한맥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6.9% 인상하는 등 식품업계의 제품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이 뿐만이 아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예고, 이스라엘·하마스의 무력충돌로 인한 국제유가 불안, 소 바이러스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산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도 쏟아지고 있다.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식품업계를 만나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긴급 할당관세 도입, 배추 등 정부 가용물량 출하, 할인쿠폰 지급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다음달 1일에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물가대책을 마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이미 식품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여러 변수들이 있어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고물가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쓰기도 애매한 데다, 저성장 흐름을 타개할 마땅한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국감에서 '추경호 경제팀'의 무능에 대한 야당의 지적이 쏟아진 만큼,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여당으로서는 개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전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달 26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팀의 교체가 있다면, 그 때가 경제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역대 정부에서도 경제 정책을 전환할 때는 경제 수장의 교체를 계기로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