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속수무책"보험사 불황 지표 증가"약관대출도 60조 육박… 23% 급증
  • ▲ 생명보험사 신계약과 효력상실 추이.ⓒ생명보험협회
    ▲ 생명보험사 신계약과 효력상실 추이.ⓒ생명보험협회
    올해 들어 경기침체와 불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보험 유지 능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서민들이 보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해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험사들도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생보사 효력상실 및 해약건수는 423만1779건, 해약액은 139조18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4조9773억원 대비 14조2126억원(11.4%) 늘어난 수치다.

    효력상실은 보험료를 납입하기로 약정한 날짜에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을 경우 해당 계약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보험료를 못내 강제적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것이다. 보험사는 효력상실 이전에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납입할 것을 통지해야 한다.

    보험 효력상실 및 해약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8월말 160조2048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21년 143조3411억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124조9773억원으로 줄었으나 올해 또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침체와 불황이 이어지면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불황형 대출'로 알려진 보험약관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 생보사의 지난 8월 누적 보험약관대출은 58조3097억원으로 전년 동기 47조3987억원 대비 23.0% 급증했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보험사의 대출 서비스다. 창구방문 없이 전화, 모바일, 인터넷 등을 통해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용 대상도 아니어서 서민들의 급전 마련 창구로 활용된다.

    다만 약관대출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해지환급금을 당겨쓰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보장이 필요할 때 보험료를 온전히 납입하고도 제대로 된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대출금 이자를 내지 못하는 경우엔 계약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시장포화와 경쟁심화로 생보사의 신계약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20년 8월말 생보사 신계약 금액은 209조3137억원이었지만 2021년 199조1855억원으로 200조원 밑으로 줄어든 후 지난해 168조7113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8월까지 165조97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도 적다.

    이처럼 보험계약 해지가 늘고 신계약이 줄면서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들어오는 돈은 적은데 나갈 돈은 많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서민들의 보험계약 유지 능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보험사의 불황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계약 해지 급증 가능성에 대비한 상시적인 모니터링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