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확대에 폐배터리 시장 2025년 600조 전망韓 폐배터리 추후 활용도에 따라 규제 제각각美·EU 등 배터리 IRA 혜택 등 재사용 권고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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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기름·폐플라스틱'. 버려지는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세상에 이제는 '배터리'도 주요 순환 자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지 원재료 덩어리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분리해 다시 쓴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는 각가지 '배터리법' 제정 등으로 발빠르게 폐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배터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6일 화학경제연구원이 진행한 '배터리 소재 및 기술 전망 세미나'에서는 폐배터리 시장을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정부의 환경 규제와 관련한 의제를 다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향후 600조원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개선 완화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기현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 팀장은 "전기차 폐차·수리 등 단계에서 탈거한 배터리를 성능에 따라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며 "각 방법에 따라 분리 후의 쓰임이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해체와 분리 과정에서의 효율적인 관리제도가 미비한 상태"라며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는 통합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폐배터리 시장에서 '재활용'과 '재사용'의 의미는 다르게 해석된다. 재활용은 재사용이 어려운 폐배터리에서 리튬·코발트·니켈·망간 등 원재료를 습식 및 건식제련 과정을 거쳐 추출해 새 배터리에 탑재하는 걸 의미한다. 

    재활용은 필수 광물을 회수할 수 있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혀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사업이다. 반면 재사용의 경우 폐배터리를 수거한 후 진단·선별 등을 거쳐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전기차 배터리보다 낮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소, 전기자전거 배터리 등에 쓰인다.

    환경부는 최근 폐배터리를 재사용할 경우에만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폐기물 규제를 면제하는 고시 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재활용은 분리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존대로 '폐기물'로 규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처리 방법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원료를 다루는 공정인 만큼 재활용하는 폐배터리에도 폐기물 규제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재활용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의 법을 참조해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순환자원으로 인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배터리협회도 관련 법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지난 14일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및 관련 법률안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에 공식 제출했다. 건의서의 주요 내용은 △사용후 배터리의 명확한 개념 정립 △거래 시장 허용 △배터리 순환체계 확립 등이 담겼다.

    우선 '폐기물'로 취급 중인 사용후 배터리의 개념을 '제품'으로 새롭게 정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재제조(전기차 탑재), 재사용(ESS 용도 등) 사업자가 폐기물 규제 등을 적용 받지 않는 자유로운 비즈니스 환경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이번 건의 내용은 배터리 재사용·재활용에 관한 업계 최초의 단일 합의안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며, 배터리 순환경제 체계 강화와 사용후 배터리의 조기 산업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와 관련된 법률안 건의에 대하여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측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보관 가능기간을 30일에서 180일로 최근 확대했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지속적으로 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존 규제의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폐배터리 재사용을 권고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폐배터리 사용에 대한 보조금 혜택도 늘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폐배터리 재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바탕으로 폐배터리 재활용비율을 5%에서 90%까지 대폭 확대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관련 프로젝트에 약 7400만달러를 투자해 폐배터리 재활용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인프라에 2050만 달러와 전기차 및 배터리기업에 3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는 지난 6월 배터리의 순환경제 및 환경영향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배터리의 개별 생산자 또는 생산자 책임기구는 폐배터리 분리수거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수거된 폐배터리는 허가된 시설에서 처리해야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또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효율을 2025년 65%에서 2030년 7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재사용·재활용 배터리의 사용자 또는 판매자에게 '배터리전자여권' 제도 도입도 의무화 했다. 배터리전자여권이란 배터리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원재료 채굴부터 제품 생산·소비·폐기·재사용·재활용 등 배터리 생애주기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개방형 전자시스템이다.

    중국도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폐배터리생산자책임제를 통해 배터리 생산자가 배터리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활용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폐배터리에서 핵심원자재를 더 회수하기 위해 니켈, 코발트, 망간은 9% 리튬 85% 기타 희소금속 97%의 목표를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