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0억 예산에도 행정망 올스톱… 정보관리원, 내년도 17% 증액 요구마비사태 사흘만에 복구완료… 권인숙 "투입 예산 점검·재발방지책 마련"전문가들 "민간에 일부 기능 위탁, 데이터 관리시스템 벤치마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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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톱됐던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가 사흘 만에 복구됐지만,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던 전자정부 선진국의 자존심에는 생채기를 남겼다. 민원 현장에서 기본이 되는 공무원 행정전산망 관리를 소홀히 해 초유의 민원 서비스 마비사태를 불러왔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는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 이같은 먹통 사태가 계속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총체적 지휘권을 행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사실은 뼈아픈 지적으로 다가온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2024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책정된 예산은 올해보다 17.2%(790억여 원) 늘어난 5433억여 원이다.
정보관리원은 국가기관 주요 서비스의 서버와 통신·보안장비 등 정보자원을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다. 이번에 먹통 사태를 빚은 행정전산망 새올과 정부24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도 이곳에 있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비롯해 전산장비·노후장비 통합구축, 국가융합망구축 등 총 7개 항목에서 대부분 예산이 전년보다 크게 불어났다.
행안부는 사업 설명자료에서 "52개 중앙행정기관 정보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며 "급증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 기반을 확보하고 신속한 대처를 위해 노후 보안장비를 교체해 보안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관리원이 내년도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크게 늘려잡은 것으로 파악돼 정부 기관이 내실은커녕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권 의원은 "행정전산망을 관리하는 정보관리원에 쏟아붓는 혈세는 매년 증가했지만, 시스템 관리의 내실은 부족했던 탓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는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 이같은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 공공서비스 마비로까지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회 행안위 소속 용혜인 의원이 전국 16개 시도와 217개 시군구 지자체의 재난대응 모바일 상황실 운영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금융·통신·교통 등 카카오 연계 서비스가 일제히 마비됐다. 이 때문에 플랫폼 서비스 중단이 국가안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외형 성장에만 방점을 둘 게 아니라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 전문기업과 적극적인 협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로 외형적인 성장 이면에 숨겨진 위기관리 시스템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이제라도 민간 정보통신(IT) 기업에 일부 기능을 위탁하고, 이들의 데이터 관리 시스템도 벤치 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전용 행정 전산망인 새올은 지난 17일 사용자 인증 과정 등에 장애가 발생했다. 동 주민센터 등 지자체 현장에서는 전산망 마비로 인해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전면 중단됐다.
행안부는 19일 정부 행정전산망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이 있는 대전의 정보관리원에 이날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100여 명을 투입해 마비사태 사흘 만에 복구작업을 마쳤다.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가 전날 재개된 데 이어 새올 시스템도 복구되면서 민원 현장에서 각종 증명서 발급이 모두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