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차세대 시스템 구축 관련 소송수백개 추가 과업에도 시스템 오픈 지연 탓 지급 거부공공 SW 시장, 발주처-사업자간 ‘추과가업’ 법정공방 늘어나
  • SK C&C가 우정사업본부에 용역대금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0년 IT업계 최대 수주전이 펼쳐졌던 ‘우체국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정산 처리되지 않은 비용 때문이다.

    여기에는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주기관이 추가 과업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기관과 IT기업간의 소송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SK C&C는 지난해 말 우정사업본부 등에 22억원 규모의 용역대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0년 SK C&C가 수주한 ‘우체국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사업 규모만 2000억원대로 당시 공공시장 SW사업 중 최대 규모였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업무 차질과 과업내용 변경이 누적되면서 서비스가 수차례 차질을 빚었다. 

    결국 ‘우체국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은 스마트뱅킹 접속 장애 등의 오류로 2022년 9월 오픈을 예정했다가 수차례 연기한 끝에 이듬해 5월에나 정식 오픈했다.

    SK C&C와 우정사업본부의 갈등이 빚어진 것도 이 대목이다. SK C&C는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 구축 이후 우정사업본부에 추가 과업에 대한 비용을 청구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계약기간 지연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SK C&C의 시스템이 제대로 준비가 안 되고 완성도가 미흡해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오픈이 5월까지 지연됐다”며 “이는 어디까지 처음에 우리가 발주한 사업 범위 내에서 이뤄진만큼 추가 비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스템의 정상 오픈 이후 1년여간 이어진 협의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원을 찾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우정사업본부의 결정을 발주처의 ‘갑질’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우정사업본부가 당시 SK C&C에 과업변경만 313건, 세부 내용까지 포함하면 과업이 2500여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업지연 및 시스템 장애 발생의 책임이 온전히 사업 시행사에 미룰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은 근본적으로 공공SW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가기관은 SW사업에서 과업을 변경, 추가할 경우 과업심의위원회를 열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열리지 못하고 있다. 

    SK C&C와 우정사업본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과업심의위원회 설치 의무화는 2020년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 시 무분별한 추가 과업변경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된 제도다. 

    IT업계 관계자는 “공공 발주처 입장에서는 추가 과업에 대한 추가 예비비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 과업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공무원 입장에서 자칫 예산을 더 투입했다가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있어 차라리 소송을 통해 지급 명분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정부기관은 사업 예산의 변경이 불가피할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조정을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IT업계와 정부기관의 소송은 꾸준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7월에는 LG CNS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250억원의 추가 과업의 대가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선 2020년, CJ올리브네트웍스와 KCC정보통신은 국방부에 50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월 승소를 거두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방부가 과업 변경을 통해 과업 범위가 당초보다 2.2배 증가했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