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이전 요청안보 우려와 이용자 측면 규제개선 요구 맞서통상문제 번질 조짐 … “균형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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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두고 안보 우려와 규제개선 요구가 부딪히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되면서 통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11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비율 전국 고정밀단위 데이터 반출을 신청했다. 전국 측량 지도와 함께 향후 업데이트될 디지털 지도 데이터를 국외 이전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것이다.구글이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요청한 것은 2007년부터로, 이번이 세 번째다. 정부는 2014년 1대 2만5000 축척 지도 반출을 허용했지만, 1대 5000은 불허했다. 1대 5000비율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cm 수준으로 표현한 것으로, 골목길까지 나타낼 수 있는 수준이다.정부가 그동안 고정밀 지도 반출을 막은 이유는 안보 우려 때문이다. 구글이 지도 정보와 위성사진을 결합해 서비스하면 군사시설 등이 노출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2016년 당시 구글에 보안 시설에 대해 가림처리 하거나 국내에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활용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구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국토지리정보원이 6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관련 업계와 지도 해외 반출 의견을 나눈 자리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군사기지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국내법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출을 허용하면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는 문제가 거론됐다. 구글 지도가 안드로이드 OS(운영체계)에 기본 탑재되는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국내 지도 서비스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반면 규제개선 측면에서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정부 규제가 국내 지도 서비스 기업들의 독점을 방치하며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구글 지도 이용이 불가능한 국가는 중국과 북한 정도밖에 없다.김득갑·박장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는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규제개선에 힘을 싣었다. 정밀지도 반출이 이뤄지면 관광객 유입으로 연결되며 2027년까지 관광 수입이 약 226억 달러(약 33조원)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서비스의 시장 독점체제가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건강한 산업 생태계 육성에도 도움을 준다는 취지다.정부와 업계, 구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최종 결론이 도출되기 전까지 안보와 규제개선 등을 놓고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번에 정밀지도 반출을 다시 요청하면서 정부가 요구한 가림 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설의 좌표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구글이 요청한 시점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라는 점에서 통상 이슈와 연결되며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국내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법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면서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바 있다.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에 응하지 않으면 플랫폼법과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합의점을 도출해 이용자들을 위한 편익을 제고하는 균형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동안 데이터 반출을 막은 것은 국내 산업 보호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통상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에 부합하는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