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건설사 24곳,5조7262억원 공사비 증액 변경 공시 10대 건설사만 7762억원 증액…1년 전 대비 3배 증가올해 건설사 7곳 법정관리 신청…중소·중견 건설사 유동성 위기 부채비율 800% 이상 건설사 '경고등'…한양산업개발·이수건설 등
  • ▲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뉴데일리DB
    부동산 경기침체와 공사비 급등, 고금리,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업계의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증액은 물론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사옥을 옮기는 등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지방에서 미분양이 급증한 중견·중소건설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해 '돈맥경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줄도산이 본격화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60대 건설사 중 24곳에서 계약금이 상향된 총 127건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을 공시했다. 변경된 계약액은 총 44조8953억원으로 기존 39조1691억원대비 5조7262억원(14.62%) 증가했다. 두 달 조금 넘은 사이 6조원 가까운 공사비 증액 계약이 이뤄진 셈이다. 

    10대 건설사 중에는 6곳에서 14건의 공사비를 증액했다. 변경된 계약액은 총 5조8642억원으로 기존 5조880억원 대비 7762억원(15.26%) 증가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건설사 3곳에서 공사비를 2333억원 증액한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잇따라 공사비 증액에 나선 배경에는 자잿값 상승에 따른 사업수익률 부진이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 집계를 살펴보면 지난 1월 건설공사비 지수(잠정)는 130.99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 기록한 99.86 대비 30.13% 상승했다. 지난 2015년 1월 85.64 이후 5년 동안 14.22%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오름세가 급격했다.

    실제로 주요건설사 평균 매출원가율도 지난해 3분기 93%를 넘어섰다. 이는 업계에서 적정원가율로 여겨지는 80%를 상회하는 수치다. 현대건설이 100.6%까지 치솟았고 GS건설은 91.3%, HDC현대산업개발도 90.9%로 90%를 넘겼다. 매출원가율이 93%라는 것은 매출액이 1억원이라 가정하면 이중 원자잿값이 9300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선 대형건설사들도 있다.

    먼저 롯데건설은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전략에 따라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작년 3분기 기준 217%의 부채비율을 15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DL그룹도 지난해 말 'D타워 돈의문'을 NH농협리츠운용에 8953억원에 매각했다. 매각을 통해 약 1300억원을 확보한 DL그룹은 호텔 부문도 시장에 내놨다.
  • ▲ 분양아파트 견본주택내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 분양아파트 견본주택내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중견·중소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들어 중견 건설사 7곳이 줄줄이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올해 1월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58위)을 시작으로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38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7곳이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들은 대체로 부채비율 400% 이상인 곳이다.   

    추가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부채비율이 300%대이거나 400%를 훌쩍 넘긴 한양산업개발(91위), 이수건설(85위), 대방산업개발(77위), 동원건설산업(65위) 등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양산업개발은 2023년말 기준 부채비율이 820%로 전년 604%에서 1년만에 부채비율이 217%포인트(p)나 치솟았고 단기차입금은 695억원으로 전년대비 61.6% 증가했다.

    이수건설의 경우 2023년말 기준 부채비율이 817%로 2022년말 297%에서 1년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도 137억원에서 563억원으로 311% 급증했다. 

    사업을 벌여놓고도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미분양이 발생한 것도 리스크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28일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7만173가구)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에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만287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올해 중견·중소건설사가 분양한 일부 단지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0%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게를 분석한 결과 1·2순위청약을 받은 분양단지 21곳중 10곳이 0%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 0%는 모집가구보다 청약신청이 적게 들어오면서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았다는 의미다. 특히 10개 단지 중 8곳은 지방사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PF경색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부실을 이유로 대출과 만기 연장에 빗장을 걸었고 이에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폐업 수순을 밟았다. 현재 일부 사업장은 브리지론 금리가 2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줄도산의 위기를 키우는 '책임준공 확약' 문제도 건설사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실제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이 본격화된 2023년 2월부터 현재까지 상위 100대 건설사가 떠안은 책임준공 관련 채무액은 8054억원으로 2021년 2월부터 2년간 발생한 채무액 5850억원에서 2204억원(37.67%)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급등과 지방 미분양 문제가 계속되면서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중견 건설사들이 겪는 위기의 핵심은 '지방 미분양' 문제"라며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한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부채비율 400%가 넘는 중견 건설사들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지 못하고 건설 매출과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폐업 및 부도 건설업체가 증가하는 등 건설업계가 심각한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며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지 않는 한 건설산업은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에 발주자가 적정 공사비 산정 책임을 지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