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만큼 각자 내는 유산취득세 전환 … 75년만에 개편자녀공제 1인당 5억으로 확대 … 다자녀일수록 세부담↓세수 2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 … 정부, 우회상속 검증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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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산취득세 과세방식 예시.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서 향후 고인이 남긴 20억원을 배우자가 10억원, 두 자녀가 각각 5억 씩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는 0원이 된다. 현행 상속세를 적용하면 1억3200만 원의 세금을 셋이 나눠 내야 한다.배우자와 자녀 2명이 18억원과 35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려받는 경우에도 배우자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도 280만원과 1억80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현행대로라면 각각 3400만원과 4억4000만원의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기획재정부는 12일 유가족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만큼만 세금을 내도록 현행 상속세 제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지금의 방식대로는 상속자가 지나치게 높은 세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만큼 75년 만에 개편에 나서는 것이다.현행 유산세는 고인의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이에 대한 세금을 재산을 물려받는 유족끼리 알아서 나눠 내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세금 계산을 개개인이 실제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한다. 이 경우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세금을 물리는 기준 금액(과세표준)이 분할돼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인적공제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우선 자녀공제를 인당 5억원으로 확대한다. 자녀가 둘이면 10억원, 셋이면 15억원 등으로 공제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현재 자녀 몫의 공제는 자녀 수에 상관없이 사실상 5억원만 적용된다.배우자 공제 한도의 경우 30억원 내에서 법정상속분만큼 빼주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는 담기지 않았으나, 10억원까지는 법정상속분을 넘기더라도 공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현행대로라면 배우자 몫으로 5억원을 기본으로 빼주고 있다. 상속재산 10억원까지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게끔 인적공제 최저한도도 정했다.이에 따라 향후 고인이 남긴 20억원을 배우자가 10억원, 두 자녀가 각각 5억 씩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는 0원이 된다. 현행 유산세에서는 1억3200만원의 세금을 셋이 나눠 내야 한다. 상속재산 전체(20억원)에서 배우자 몫의 공제(8억6000만원·배우자 법정상속분)와 자녀 몫의 공제(5억원·일괄공제)를 뺀 후 남은 6억4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는 구조다.상속재산 10억원까지 세금을 안 물리는 인적공제 최저한도는 상속인이 혼자이든 여럿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된다. 예컨대 자녀가 혼자 10억원의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자녀공제만 적용하면 5억원만 공제되지만, 인적공제 최저한도를 적용하면 10억원이 빠져 납부해야 할 세금은 0원이 된다.앞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이 18억원과 35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려받는 경우에도 배우자는 상속세가 면제될 예정이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이 18억원과 35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려받으면 지금은 각각 3400만원과 4억4000만원의 상속세를 물어야 하는데,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배우자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은 280만원과 1억80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
- ▲ 유산취득세 전환시 세수 전망 ⓒ연합뉴스
다만 이번 방안은 기존 유산세 방식보다 세율 누진구조가 완화할 수밖에 없어 '부의 대물림 방지'라는 상속세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한계점이 명확하다. 이를 두고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사회 이동성 보완 방안은 상속세 내에서는 적절하게 세 부담이 이뤄지도록 집행을 충실히 하고 제도를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 이동성이 활발하고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화된 국가라고 생각되는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은 왜 상속세를 없앴겠느냐"고 말했다.특히 각종 인적공제 확대와 누진구조 완화로 유산취득세 전환에 따른 세수 감소는 2조원이 넘을 전망이라 세수 부족을 가속화할 여지도 있다. 정정훈 실장은 "작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당시 인적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를 약 1조7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며 "이와 함께 과표분할 효과를 더하면 2조원이 넘는다"고 했다.상속세는 2023년 기준 8조5000억원이 걷혀 전체 국세수입(344조1천억원)의 2.5%를 차지했으며, 과세자는 1만9900명으로 전체 결정 인원의 6.8% 수준이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과세자 비율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나아가 유산취득세 체제로 전환될 경우 상속을 분산해 개별 취득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세 회피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자산가들이 직계존비속 외에 먼 친척 등에 재산을 나누거나 양자를 들이는 식이다.이에 정부는 위장분할이 있는 경우 부과 제척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고, 우회상속 비교과세 특례 제도를 신설해 우회 상속 결과 실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면 추가로 과세할 방침이다. 특히 상속재산이 30억원 이상인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검증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