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4년째 '불명예 1위'… 100% 넘는 유일한 나라기업부채 증가 속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라… 기업 부도 증가율도 2위나랏빚도 눈덩이… "현행 연금제도 유지시 2075년 정부부채비율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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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부채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년째 '불명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기업부채의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실정이다.정부부채의 경우 아직까진 양호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1년 새 증가 폭이 세계 4위일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고, 특히 인구 고령화로 인해 현행 연금제도 유지 시 50년 뒤 부채 규모가 GDP의 2배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19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부터 4년째 1위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가 전체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2위와 3위인 홍콩(95.2%)과 태국(91.5%)과도 격차가 상당했다.한국은행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넘을 경우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성장률도 떨어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은의 분석대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3~1.4% 저성장에 그칠 것이 유력하다.우리나라의 3분기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04.8%, 전분기 101.7%에 비해선 각각 4.6%p, 1.5%포인트(p)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성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부채 비율은 향후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실제로 지난달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 주담대 위주로 9월 말보다 6조 8000억원 급증했다.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 3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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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뿐 아니라 기업부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 부채비율은 126.1%로 홍콩(267.9%), 중국(166.9%)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2분기(120.9%) 대비 5.2%p나 올라 기존 3위였던 싱가포르를 제쳤다. 증가 폭의 경우 28.6%가 상승한 말레이시아(58.3%→86.9%)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었다. 1년 새 증가 폭도 지난해 3분기(120.4%)보다 5.7%p 올라 러시아(13.4%p·68.2→81.6%), 중국(8.6%p·158.3→166.9%) 다음으로 높았다.부채에 허덕이다가 고꾸라지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IIF는 한국 포함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을 비교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우리나라는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은 2위였다.아울러 기업 대출의 연체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자는 350만 명, 이들의 대출잔액은 1262조 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었다.기업대출자의 연체 대출채권(1개월 이상 연체 원리금 기준) 잔액은 4조 7000억 원으로 2019년 3분기(5조 1000억 원) 이후 가장 많았다. 연체율도 0.37%로 2021년 1분기(0.37%)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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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경우 3분기 GDP 대비 부채비율은 48.9%로, 22위로 나타나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인구 고령화로 인한 공공부문 지출 증가가 예상돼 부채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정부 부채 증가 속도는 현재도 상위권에 속했다. 지난해 3분기(44.2%) 대비 증가 폭(4.7%p)은 ▲홍콩(23.3%p·80.1→103.4%) ▲아르헨티나(8.1%p·74.0→82.1%) ▲중국(7.1%p·75.9→83.0%)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19일 IMF는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현행 연금제도가 유지될 경우 오는 2075년 공공 부문의 부채가 GDP 대비 무려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50년 이상 연금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가정 하에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이에 IMF는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의 증가세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연금 기여율 상향 ▲퇴직 연령의 연장 ▲연금의 소득 대체율 하향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연금 제도 운영의 형평성 제고와 행정적 비효율성 개선 차원에서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 등과의 통합 방안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