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년 한시적 '임시소비세액공제' 도입 주장신용카드 소득공제 조세지출 규모 연 3兆~4兆정책목표 달성했지만…10번이나 일몰 연장으로 심폐소생政-국회, 국민 반발 우려에 폐지 논의조차 안 해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정책 이슈 선점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야당이 '임시소비세액공제'를 들고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책 목적을 달성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10번이나 일몰 연장을 하며 심폐소생을 해 온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는 그대로 놔두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1년간 한시적으로 신용카드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임시소비세액공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세액공제는 지난해보다 5% 이상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었다면, 증가액의 5%만큼 종합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공제한도는 50만 원이다.

    현재 비슷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도, 민주당이 이 같은 세액공제를 들고나온 것은 지금의 소득공제 제도가 소득의 25% 이상부터 공제가 가능해 저소득층은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는 지출수단이나 사용처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진다. 신용카드는 15%의 공제율을 적용하며, 현금영수증과 직불·선불카드는 30%, 도서·공연 등 사용분(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은 30%, 전통시장과 대중교통은 40%를 공제한다. 공제한도는 총급여액 7000만 원 이하의 경우 300만 원 또는 총급여액의 20% 중 적은 금액이다. 총급여액이 7000만~1억2000만 원인 근로자는 250만 원, 총급여액이 1억2000만 원을 초과했다면 200만 원이 공제한도가 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 1999년 자영업자의 소득양성화라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당시에는 현금 결제가 주로 이뤄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제대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현금 결제가 어색할 정도로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정책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직장인들이 받는 연말정산 항목 중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일몰이 다가올 때마다,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무려 10번을 연장해왔다. 마지막 일몰기한 연장은 지난해로, 3년 더 연장돼 2025년 말까지 제도가 운영된다.

    문재인 정부의 방만재정을 비판하며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던 정부도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소리 소문없이 일몰기한을 연장했다.
  • ▲ 신용카드 ⓒ연합뉴스
    ▲ 신용카드 ⓒ연합뉴스
    문제는 정책 목적을 달성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에 대한 조세지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4년 조세지출예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3조2675억 원이 조세지출이 발생했으며 올해는 3조9940억 원의 지출이 예상된다. 내년에는 4조3062억 원의 지출이 전망된다. 상위 20개 조세지출 항목 중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올해와 내년 5위를 차지했다.

    조세지출 규모 1위도 '보험료 특별소득공제 및 특별세액공제'로 근로자 연말정산 항목 중 하나다. 보험료 세액공제는 보장성 보험 등에 대해 12~15% 공제를 해주며 공제한도는 연 100만 원이다.

    올해 59조1000억 원의 세수펑크가 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수 조원의 세금이 정책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논의 소극적인 이유는 직장인들의 반발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 직장인들은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거의유일한 공제 항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지난 2014년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려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라는 악몽을 겪었던 기획재정부로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논의 자체를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조세전문가들은 다른 조세정책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정책 목표를 달성한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통과한 영유아(0~6세)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 폐지도 사실상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모든 조세 정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의 면세율이 34%이기 때문에, 이들은 아무리 세금을 깎아줘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영유아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 폐지처럼 저출산 고령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주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연 3조 원 넘게 조세지출이 발생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고소득층도 다 받는 세제혜택이다. 이를 없애는 대신 3조 원쯤의 조세지출을 저출산 고령화를 위해 쓰겠다고 하면 국민들도 다 이해하고 선거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큰 그림을 제시해줘야 한다. 영유아 의료비 등 조금씩 혜택준다고 해봤자 저소득층에 도움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