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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2배 이상' 늘리자는 수요조사에… 의료계, 총파업 경고

비과학적 근거로 '단순 숫자 늘리기' 반발 여론국민 건강권 담보로 '정치 도구화' 전락… 환자단체, 醫政 갈등 비판우려 커지는 중증 환자들… 파업은 '절대 불가'

박근빈 보건의료전문기자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23-11-21 18:09 | 수정 2023-11-21 18:10

▲ ⓒ연합뉴스

현재 의과대학 정원 3058명에서 2025년 최대 5905명으로, 2030년엔 7011명까지 늘리자는 수요조사 결과가 나오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가 일방통행식 정책을 설계함에 따라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1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2020년 총파업보다 더욱 강력한 의료계의 강경 투쟁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복지부는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2주간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2025년에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 2030년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까지 추가 증원 요구가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의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바로 증원이 가능한 규모'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에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해당사자들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졸속, 부실, 불공정 조사에 불과하다"며 "비과학적 조사결과를 의대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의대 정원 정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정책이자 대한민국의 의료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교육 정책"이라며 "증원 결정과 규모에 대한 분석에는 반드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료계는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이대로 강행하면 의협은 14만 의사들의 총의를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 역시 "정부가 9.4 의정 합의를 위반하고 일방적 정책을 결정하면 의료계도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음을 알린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으로 구성된 젊은의사협의체 역시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젊은의사협의체는 "의대정원 확대는 잘못된 치료법"이라며 "필수·지역의료 붕괴의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오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졸속으로 강행하면 젊은 의사들도 의협과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의학교육을 책임지는 교수진들로 구성된 단체에서도 의대정원 확대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날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역시 "수요조사 결과는 허수에 불과하다"며 "현재 지방의대, 미니의대 등은 교수진의 수도권 이탈로 교육역량이 떨어진 상황인데 의대생을 더 받으면 정상적 교육이 이뤄질지, 실습시설은 잘 갖출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 없이 왜곡된 정보로 투기를 조장하는 식으로 의대정원을 늘릴 경우 지난 2018년 실패한 서남의대의 사례만 쌓이게 될 것"이라며 "의대정원을 늘릴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국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정치 도구화' 전락 수순… 뿔난 환자단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환자단체가 가장 중립적 입장을 취하며 일련의 사태를 비판해 주목된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환자단체들은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지만 그 방법을 두고 정부와 의협의 갈등으로 환자들에게 발생할 여러 가지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냈다. 

먼저 정부의 수요조사 발표 등은 단순한 수치에 기반으로 둔 증원 규모이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늘어난 인원을 필수의료와 공공병원, 지방의사제도에 활용할 구체적이고 명확한 시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의회는 "여건이 충분히 갖추지 않은 정원 증가는 오히려 과거에도 몇 차례 문제가 발생했던 일부 지방의대의 수준 이하의 위탁교육과 의전원문제가 다시 사회적 문제로 발생하여 퇴행 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또 "대형병원이나 수도권 중심으로 의대정원을 늘리면 지금도 진행 되고 있는 환자 수도권 쏠림현상과 대형병원의 공룡화는 더 가속화가 될 것"이라며 "의사 확충에 드는 비용은 온전히 국민들의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해야하는 부담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의사를 늘려 수도권-비수도권 의료격차를 줄이는 것은 찬성하지만 안정적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 확충의 근거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의 갈등으로 의료계 파업이 예고됐다는 사실에 강력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성주 협의회 대표는 "3년 전 의사 파업 당시 중증 환자들은 자신의 생명과 치료권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이 병원 밖으로 내몰려 목숨을 잃고 치료권을 박탈당한 채로 거리를 방황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에 이 사태에 대한 책임지는 어떤 사람도 기관도 없었다. 물론 차후에 재발 방지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어떤 내용도 전달받은 바도 없다"며 "그런 참혹한 상황이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중증 환우와 가족들은 공포심과 불안에 치를 떨고 있다"고 했다.

이어 "또 총파업과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면 보건당국과 의협, 정치인 등 이 사태를 악화시킨 그 어떤 단체와 기관에 대해 환자단체들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경고했다. 

박근빈 보건의료전문기자 ray@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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