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둔화 탓 가동률 일부 조정'장기적 성장' 방점, 차질 없는 경영 행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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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배터리 업계가 내년에도 국내외 공장 증설로 외형 확장에 나선다. 지난해와 달리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장기적인 성장에 방점을 두고 차질없는 경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이차전지 소재·셀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 클락스빌에서 한국과 미국 정관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배터리 양극재 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2026년부터 연간 6만t 규모의 양극재를 이곳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테네시 공장의 생산능력은 주행거리 500㎞인 순수전기차 60만대분의 양극재를 매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북미 지역 최대 규모다. 완공까지의 총 투자 금액도 4조원에 달한다.

    북미 고객사 전용 공장으로 운영되는 테네시 공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상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충족하도록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광물과 전구체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양극재 95만t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 10월에는 도요타와 2조9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미 테네시주에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2공장도 건설되고 있다.

    SK온도 충남 서산공장 증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SK온은 충남도·서산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서산 오토밸리산업단지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3공장 증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서산공장 증설로 2028년까지 연간 국내 생산능력을 전기차 28만대분인 약 20GWh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삼성SDI도 헝가리 괴드 2공장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2025년 완공 예정인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 건설도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하반기 들어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규모도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유럽 시장은 올 9월부터 순수전기차 판매량의 성장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지난달에는 지난해 대비 판매 증가율이 4.9%에 그쳤다.

    특히 유럽 내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은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월보다 22.5% 줄었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각각 17.1%, 46.9%의 감소 폭을 보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에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더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과잉 재고 소진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배터리 셀·소재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애초 예상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둔화로 재고가 늘어난 탓에 해외 공장 가동률을 일부 조정하는 등 다방면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성장에 방점을 두고 계획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