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진만 "HBM 본격 성장 시기"월 생산능력 15만~17만대로… 글로벌 1위 탈환 예고SK 곽노정 "3년 이내 시총 20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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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유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과감한 투자틀 통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HBM 시설투자를 2.5배 이상 늘린다고 했고,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 서버 시장 점유율 50% 이상 하겠다는 내부적인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HBM은 D램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처리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보다 비싸고 성능이 좋은 만큼 가격도 높다. 때문에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한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개선을 보인 것도 HBM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성장 전망도 밝다.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이 60~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HBM 시장은 10조~15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을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5세대 HBM3E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는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이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5세대 제품을 기점으로 시장 1위 자리를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계획대로면 올해 하반기 HBM의 생산능력도 월 15만~17만장으로 확대돼 이 기간 SK하이닉스(12만~14만장)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하이닉스 역시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줄곧 2위에 머물렀지만 HBM 시장에선 다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유지하며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12월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업계 최고속 HBM2E를 선보였다. 또 2021년에는 최초로 HBM3에 이어 지난해에는 12단 적층 HBM3를 가장 먼저 내놓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최근 조직개편에서 'AI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비즈니스' 조직을 새롭게 편제하는 등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쏟고 있다.

    이에 자신감도 만만치 않다. 곽노정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선 확실히 선두"라며 "제품을 잘만 준비한다면 3년 이내에 현재의 2배가량인 시가총액 200조원 돌파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적극 지원하는 상황이다. 첫 경영행보로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HBM 등 AI 메모리 사업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 전략과 관련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수요 등 고객 관점에서 투자와 경쟁상황을 이해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골이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진 사이클의 속도 변화에 맞춰 경영계획을 짜고 비즈니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